[쿠키 연예] 하루가 멀다 하고 유행이 바뀌는 가요계는 대기만성형을 쉽게 기다려주지 않는다. 데뷔 후 1년 이내에 될 성 부를 나무가 가려진다는 점에서 3년은 인내를 뛰어넘는 시간인가보다. 그룹 유키스의 경우가 그러하다.
지난 2008년 데뷔한 남성 7인조 유키스는 최근 큰 변화를 겪었다. 원년멤버 김기범과 알렉산더를 팀에서 제외시키기로 한 것. 표면적 이유는 단 하나다. 소속사 NH미디어의 입장은 보컬이 약한 멤버들을 탈퇴시키고 실력 있는 새 멤버를 넣어 팀 전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렇게 김기범은 계약해지 동의서에 서명하면서 그룹과 소속사를 떠났고, 알렉산더는 소속사에 잔류해 개인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유키스는 왜 멤버를 교체해야 했을까?
유키스는 데뷔 후 1년 정도 팀 색깔을 확연히 드러내지 못하고 방황했다. 데뷔했다가 쉽게 사라지는 일명 ‘초스피드 해체 아이돌’처럼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가 내놓은 세 번째 미니앨범 ‘콘티 유키스’(Conti Ukiss)의 타이틀 곡 ‘만만하니’로 터졌다. ‘만만하니’는 가요계를 장악했을 만큼 위협적 파장은 아니었지만 유키스라는 이름을 어느 정도 알린 귀한 노래가 됐다. 특히 오른손을 세우고 허리를 돌리며 건들거리며 추는 춤은 유키스의 트레이드마크가 돼 예능 프로그램에서 동료 가수나 연기자가 따라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그렇다면 유키스는 왜 멤버 교체를 하게 됐을까. ‘만만하니’로 터진 유키스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내놓은 노래 ‘빙글빙글’ ‘뭐라고’ ‘시끄러’가 연속 히트하지 못하면서 표류한 것. 두 멤버의 교체설이 나돈 것도 ‘시끄러’ 활동 직후 쯤이다. 소속사로서는 극단적 선택으로 목소리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김기범과 알렉산더를 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두 명의 멤버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면 7인조에서 9인조로 재편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나보다. 멤버 두 명을 더 투입한다면 몸집이 불어나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없어 두 명의 멤버를 제외시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졸업과 입학 그룹도 아니고…하루아침에 제외라
그룹 유키스를 위해 새 멤버 교체를 시도한다는 NH미디어의 이 같은 조치가 과연 최상일까. 결과적으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유키스는 입학과 졸업 제도를 차용해 팀 색깔에 변화를 주는 걸 그룹 애프터스쿨처럼 탈퇴와 합류가 자유로운 그룹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같은 조치는 납득하기 어렵다.
두 멤버들도 소속사의 탈퇴 결정에 의아해하고 있다. 명확한 이유나 근거를 들어 팀을 나가게 된 경우라면 납득할 수 있으나, 뚜렷한 배경이 없다는 것. 특히 김기범의 경우 캐릭터 사업 ‘피로피로’의 개별 활동이 팀에서 제외된 이유 중 하나로 거론하고 있으나, 본인은 단 한 번도 팀 활동에 지장을 주면서 사업을 벌인 적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캐릭터 사업이 팀에서 제외된 주된 이유라는 소속사의 주장에는 신빙성이 떨어져 보인다.
가장 큰 실수는 가수의 생명과 존립의 중심에 있는 ‘팬’의 존재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현재 유키스 팬들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두 멤버의 탈퇴를 반대하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도 마찬가지다. 팬이 원하지 않는 새 멤버 교체라는 것은 결국 소속사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는 것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기존 멤버 교체에 따른 팬들의 불만이 높음에 따라 아무리 실력 있는 멤버가 들어오고, 좋은 노래가 나온다고 한들 한번 등을 돌린 팬심은 되돌리기 어렵다. 팬들은 유키스의 팀워크와 소속사의 조치에 회의를 느끼고 떠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팀 강화라는 큰 목표를 위해 멤버를 교체했다는 소속사의 선택은 유키스 전체에게 독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소속사의 입맛에 따라 휘둘리는 아이돌
게다가 팀에 잔류한 다섯 멤버들도 입을 다물고 있다. 이들은 두 멤버의 탈퇴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다음 달 새 멤버가 투입되기 전까지 말을 아끼겠다는 방침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몇 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가 하루 아침에 팀을 떠난 상황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유키스의 이번 사태는 아이돌의 현 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어 씁쓸함을 남긴다. 소속사의 이해관계와 논리에 의해 아이돌의 생명이 종잇장처럼 뒤집힐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유키스를 비롯해 카라·JYJ 등 수난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배경에는 ‘이익’이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어 아이돌이 상업논리에 의해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는 장수하는 아이돌 그룹이 많다. 1991년 결성돼 지금까지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스마프(SMAP)와 1999년 데뷔한 꽃미남 그룹 아라시(Arashi), 1995년 뭉친 V6 등 우리나라에 비하면 상당수다.
지난 24일 Mnet ‘엠카운트다운’으로 한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알린 일본 인기 아이돌 그룹 뉴스의 야마시타 토모히사. 그는 국내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아이돌 그룹의 장수 비결에 대해 “개인이 사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간과 그룹으로 활동하는 시간이 엄격하게 구분돼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국내 아이돌 그룹이 사생활이나 자유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하나의 뮤지션으로 인정하고 대하려는 소속사의 노력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소속사는 아이돌 그룹을 하나의 상품이 아닌 뮤지션으로 인정하려는 작업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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