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나뿐인 외국인 전담 교도소인 천안교도소는 겉으로 보기에 내국인 교도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호 주얼리호를 납치해 국내로 압송된 소말리아 해적 중 일부도 형이 확정되면 이곳에 수감된다.
충남 천안시 신월리의 산 중턱에 있는 천안교도소를 4일 방문했다. 이 교도소는 지난달 23일 개소 1주년을 맞았다. 교도소는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보았던 것만큼 살벌하지 않았다. 총을 든 교도관도 없었다. 하지만 5㎝ 두께의 두꺼운 철문들을 지나면서 이곳이 교도소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교도관을 따라 3개의 파란 철문을 통과하니 수형자 생활 시설인 사동 앞 운동장이 나왔다. 파란색 수형복을 입은 외국인 30여명이 족구와 농구를 하고 있었다. 백인, 동남아인, 중국인이 한데 어울려 공놀이를 하는 모습이 낯설었다. 교도관은 “한국에서 생활한 지 3∼4년 된 사람들이라 족구를 곧잘 한다”고 귀띔했다.
천안교도소에는 중국 미국 러시아 등 33개국 477명의 외국인이 수감돼 있다. 중국인이 전체 수형자의 61%다. 하지만 모로코 콩고 루마니아 등 쉽게 마주치기 힘든 국적의 사람도 많다. 강도 강간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수형자는 별로 없다는 게 교도소 측의 설명이다. 대부분 사기나 폭행 등 혐의로 수감됐다. 중국인 중에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으로 처벌받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언어와 종교 등이 모두 달라 교도소 측은 음식부터 사동 배정까지 꼼꼼히 신경쓴다. 음식은 한식 양식 이슬람식 세 가지 식단이 제공된다. 또 매주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의 종교집회가 열리고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는 작업 중에도 짬을 내 기도할 수 있다. 하루 7시간의 작업과 1시간의 운동시간이 주어지고 본인 의사에 따라 한글, 풍물놀이, 서예 등 우리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다.
교도소 측은 국내 압송된 해적들을 별도 시설에 수감하는 등 특별대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나이지리아 콩고 튀니지 등 아프리카 출신 수형자가 생활하고 있어 해적이라고 별다를 게 없다는 설명이다. 모두 이슬람교도인 해적들은 선택에 따라 이슬람식 식사와 종교생활도 가능하다.
교도관에게는 언어가 가장 큰 장벽이다. 영어와 중국어가 가능한 교도관을 주로 채용했지만 사용되는 언어가 20가지 이상이고 수감자의 한국어 실력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한 교도관은 “수감자 대부분이 한국에서 혼자 살았기 때문인지 교도관에게 많이 의지한다”며 “사비로 영치금을 넣어주거나 읽고 싶은 책을 사주는 정도밖에 해줄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외국인 수형자는 출소와 동시에 본국으로 추방된다. 작업을 하고 매월 받는 2만∼30만원은 본국으로 돌아가는 여비로 요긴하게 쓰인다. 김기훈 교도관은 “폭행 혐의로 수감됐다 지난해 말 출소한 뒤 추방된 한 미군 병사가 ‘복지시설에서 직업훈련을 받을 때마다 교도관 생각이 많이 난다’며 보낸 편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복도에는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다가올 미래는 바뀔 수 있다’는 팻말이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걸려 있었다.
천안=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충남 천안시 신월리의 산 중턱에 있는 천안교도소를 4일 방문했다. 이 교도소는 지난달 23일 개소 1주년을 맞았다. 교도소는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보았던 것만큼 살벌하지 않았다. 총을 든 교도관도 없었다. 하지만 5㎝ 두께의 두꺼운 철문들을 지나면서 이곳이 교도소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교도관을 따라 3개의 파란 철문을 통과하니 수형자 생활 시설인 사동 앞 운동장이 나왔다. 파란색 수형복을 입은 외국인 30여명이 족구와 농구를 하고 있었다. 백인, 동남아인, 중국인이 한데 어울려 공놀이를 하는 모습이 낯설었다. 교도관은 “한국에서 생활한 지 3∼4년 된 사람들이라 족구를 곧잘 한다”고 귀띔했다.
천안교도소에는 중국 미국 러시아 등 33개국 477명의 외국인이 수감돼 있다. 중국인이 전체 수형자의 61%다. 하지만 모로코 콩고 루마니아 등 쉽게 마주치기 힘든 국적의 사람도 많다. 강도 강간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수형자는 별로 없다는 게 교도소 측의 설명이다. 대부분 사기나 폭행 등 혐의로 수감됐다. 중국인 중에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으로 처벌받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언어와 종교 등이 모두 달라 교도소 측은 음식부터 사동 배정까지 꼼꼼히 신경쓴다. 음식은 한식 양식 이슬람식 세 가지 식단이 제공된다. 또 매주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의 종교집회가 열리고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는 작업 중에도 짬을 내 기도할 수 있다. 하루 7시간의 작업과 1시간의 운동시간이 주어지고 본인 의사에 따라 한글, 풍물놀이, 서예 등 우리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다.
교도소 측은 국내 압송된 해적들을 별도 시설에 수감하는 등 특별대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나이지리아 콩고 튀니지 등 아프리카 출신 수형자가 생활하고 있어 해적이라고 별다를 게 없다는 설명이다. 모두 이슬람교도인 해적들은 선택에 따라 이슬람식 식사와 종교생활도 가능하다.
교도관에게는 언어가 가장 큰 장벽이다. 영어와 중국어가 가능한 교도관을 주로 채용했지만 사용되는 언어가 20가지 이상이고 수감자의 한국어 실력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한 교도관은 “수감자 대부분이 한국에서 혼자 살았기 때문인지 교도관에게 많이 의지한다”며 “사비로 영치금을 넣어주거나 읽고 싶은 책을 사주는 정도밖에 해줄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외국인 수형자는 출소와 동시에 본국으로 추방된다. 작업을 하고 매월 받는 2만∼30만원은 본국으로 돌아가는 여비로 요긴하게 쓰인다. 김기훈 교도관은 “폭행 혐의로 수감됐다 지난해 말 출소한 뒤 추방된 한 미군 병사가 ‘복지시설에서 직업훈련을 받을 때마다 교도관 생각이 많이 난다’며 보낸 편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복도에는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다가올 미래는 바뀔 수 있다’는 팻말이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걸려 있었다.
천안=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