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70∼80대 택시운전사들이 지난 10년 동안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재취업 문턱이 높은 우리 노동시장에서 택시기사 일자리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노년층이 많이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년층 택시기사에 대해 안전운전을 한다는 긍정론과 운동신경 저하로 사고 위험이 높고, 택시기사를 상대로 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린다. 최근 서울 강남·광진구 등에서는 고령의 택시운전사만 골라 현금과 신용카드를 강탈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용의자를 공개수배하기도 했다.

본보가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2001∼2011년 법인·개인택시 운전사 연령 현황을 받아 7일 분석한 결과 매년 40대 이하는 급감하고 50대 이상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 폭은 고령일수록 커져 70∼80대 운전사가 2001년 774명에서 올해 9059명으로 10년간 10배 이상(1070.41%) 늘었다.

노년층 택시기사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다.

긍정론의 경우 노인 운전사 증가가 안전한 대중교통문화 정착에 기여한다는 점이 꼽힌다. 노인 운전사는 무리한 도로 진입이나 과속을 자제하고 안전운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노인 운전사가 모는 택시는 여성 승객에게 안도감을 준다. 노년층이 택시기사로 취업해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면서 국가가 부담해야 할 복지비용이 줄어든다는 평가도 있다.

부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다. 고령의 택시운전사는 종종 손님이 말한 행선지를 잊어버려 수차례 다시 알려줘야 하는 경험을 했다는 시민도 적지 않다. 회사원 김상민(35)씨는 “백발의 운전사 할아버지가 ‘나이를 먹으니 자꾸 깜박깜박한다’며 ‘아까 어디로 가신다고 그랬느냐’고 묻기를 7차례나 반복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운전사가 승객을 태운 사실을 잊고 자신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노인 운전사가 교통사고나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우려한다. 체력과 운동신경 저하로 위기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탓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교통조사관은 “고령의 운전사는 순발력이 부족해 차선변경 때나 야간에 사고를 내는 일이 빈번하다”고 전했다.

택시운전사 고령화는 평균 수명에 비해 정년이 낮고 재취업 기회는 협소한 노동시장 특성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택시 운전은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 데다 영업용 택시를 3년간 무사고로 몰면 개인택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전문 기술이 없는 사무직 회사원이나 공무원 출신 고령 기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회사들은 청장년 운전사 이탈로 인력 기근을 겪고 있는 처지여서 기본 요건만 갖추면 나이를 불문하고 채용하는 실정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 등 다른 나라처럼 택시운전사도 연령 제한이 필요하다”면서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기술교육이나 연금 개선 등 종합적 대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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