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아버지는 정말 바보에요!”
16일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한 하마다 히로시 마코토(48)씨는 이렇게 외치며 엉엉 울었다. 무시무시한 ‘수마(水魔)’가 몰려오는 극한의 공포 속에서도 소중한 순간들이 담긴 가족사진만큼은 챙기려다가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였다.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사망 및 실종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사진앨범을 챙기려다 사망한 노인의 사연이 전해져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15일 이와테현 오후나토시 오후나토 마을에서 시체로 발견된 하마다 가쓰타로(79)씨는 발견 당시 품 안에 사진앨범을 꼭 안고 있었다. 가쓰타로씨는 쓰나미로 100미터 이상 휩쓸려간 자택 1층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구조된 아내에 의하면 가쓰타로씨는 쓰나미가 몰려올 당시 자신과 함께 2층으로 피해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가쓰타로씨가 “가족 앨범만큼은 가져와야 한다”며 다시 아래로 뛰어내려갔다. 아내가 말렸지만 뿌리치고 내려갔다. 그 길로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아내와 단둘이 살던 그는 두 손자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고 한다. 형은 올해 중학교 2학년, 동생은 초등학교 4학년이다.
주검으로 발견된 순간에도 그가 품 안에 꼭 안고 있던 세로 약 40cm, 가로 30cm의 앨범 안에는 당시 아기였던 손자들을 기쁜 듯 안아 올리는 사진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