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저의 열정을 담아 꿈과 희망을 전하는 뉴스 앵커가 되겠습니다.”

시각장애 1급의 이창훈 씨(27)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KBS의 첫 번째 장애인 뉴스 앵커에 최종 발탁된 이 씨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위촉식에서 시종일관 환환 얼굴로 합격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무려 5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이창훈 씨는 생후 7개월 되던 때 뇌수막염을 앓아 그 후유증으로 시각장애인 1급 판정을 받았다. 기본적인 빛과 어두움조차도 구분할 수없는 눈으로 평생을 살아 왔지만 소리에 대한 관심을 실천으로 옮겨 불가능의 꿈을 키워 나갔다.

“시각장애인들이 일반인보다 청력이 더 예민하고 발달해 있기 때문에 유리한 점도 있다”며 웃는 그는 “방송을 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이 많은데, 앵커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이 허물어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평소 목소리를 통해 나누고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던 이 씨는 지난 2007년부터 인터넷 방송에서 뉴스 및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KBS의 장애인 앵커 선발 소식에 본격적으로 선배 앵커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목소리의 톤과 높낮이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사회복지학 석사까지 공부했을 만큼 학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장애인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방송편성 확대 등을 다짐하는 ‘장애인 동행 선언식’을 열었던 KBS는 그 첫 번째 시행으로 장애인 앵커를 선발했다. 총 523명 중 서류 전형으로 30명을 추려서 실기 시험을 진행했고, 뉴스 읽기 등 실전 테스트를 통해 10명을 추린 후 지난 19일 면접을 실시, 이창훈 씨를 최종 선발했다.

장애인 앵커 채용은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영국의 BBC가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일주일간 장애인 앵커를 무대에 올린 경우가 유일하다.

KBS 보도국 과학·재난부장 임흥순 기자는 “앵커는 단순히 발음과 목소리가 좋다고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뉴스에 대한 지식과 안목이 있어야 한다”며 “이창훈 씨는 무엇보다 뉴스에 대한 관심이 평소에 많았고, 도전 정신과 발전 가능성을 높이 사 최종 발탁했다”고 말했다.

사측은 이 씨에 대한 사내 복지도 구상 중이다. 한 대에 1000만 원 가량인 점자 프린터를 들이고, 자료 조사와 안내를 도맡아 줄 직원을 따로 채용할 예정이다. 1년 간 계약된 프리랜서 신분 또한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다.

이 씨는 3개월 정도 방송 교육을 받고 정규 뉴스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맡아 진행한다. KBS 민경욱 앵커의 목소리를 좋아한다는 그는 “생동감 넘치는 진행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싶다”며 “장애인들도 한계를 뛰어넘어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포부를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