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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톡톡] 지난 8월 30일 치러진 미스월드코리아. 21번이라고 적힌 번호표를 가슴에 단 참가자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다른 참가자들과 같은 짙은 화장과 밝은 미소, 그리고 화려한 의상. 그런데 말을 하지 않았다. 수화를 하기 시작했다.

“저는 비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맑고 순수한 소리는 들을 수 있습니다. 저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저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세계에 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청각장애인 김혜원(국립서울농학교 3학년) 양. 올해 처음 치러진 미스월드코리아에서 그녀는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는 1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미스월드에 한국 대표로 참가할 자격을 획득한 건 아니지만 비장애인 참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히 입상한 것이다.

12일 국립서울농학교에서 그녀를 만났다. 교복 차림으로 나와 해맑게 웃으며 꾸벅 인사를 하더니 사진기자를 보고 깜짝 놀란다. 화장을 전혀 안 하고 나왔단다. ‘화장 안 해도 예쁘다’고 칭찬해줘도 비비크림이라도 바르고 와야겠다며 다시 뛰어 올라간다. 국제적인 공신력을 가지고 있는 미인 대회 입상자라기 보단 그냥 평범한 여고생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녀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고 미스월드 코리아 출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처음엔 내가 장애를 안고 있는데 나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출전 자격이 까다롭지 않았고, 주변 분들도 많이 용기를 주셔서 출전하게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입상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성폭력 사건을 다른 영화 ‘도가니’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또 영화의 실제 배경인 광주 인화학교 폐쇄되면서 학생 일부가 국립서울농학교로 전학을 올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바라보는 심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어머니 입장에서는 딸 같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내가 보면 더 마음 아프고 상처 받을까봐 어머니가 보지 말라고 하셔서 아직 영화를 보진 못했어요. 처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같은 그 아이들과 같이 싸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옆에 있던 어머니는 청각장애인들이 꼭 성폭력이 아니더라도 많은 피해를 당하며 살고 있고, 말을 못하다 보니 알린다 해도 사람들이 잘 안 믿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혜원 양은 도가니 피해자들에게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 꼭 꿈을 펼쳐나갔으면 좋겠어요”라고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했다.



그녀는 “당연히 떨어질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저 출전한다는 자체로 모든 게 재미있었고 즐거웠단다. 그런데 입상까지 해버렸다. 혜원 양은 “너무나 기쁘고 당황스러웠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막상 되고 나니까 내가 왜 5위 밖에 되지 않았을까라는 불만은 안 생기냐고 짓궂은 질문을 던져봤다. 꺄르르 웃더니 “좀 지나고 나서 떠올려보니 ‘나 정도면 1위는 몰라도 2, 3위 정도는 됐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긴 하던데요”라며 당차게 대답했다.

청각장애를 안고 살아왔지만 수영, 암벽등반 등 안 해본 스포츠가 없을 정도로 활동적이다. 3년째 하고 있는 ‘난타’ 실력은 본인이 “잘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급이다.

살면서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안 될 때가 가장 힘들고, 와우수술 부작용으로 몇 번씩 쓰러진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난 항상 즐겁다’고 주문을 건다.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개그맨 이수근씨다. 잘 생기고 몸매도 멋진 아이돌 그룹 이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관심 없단다. 왜냐고 물으니 “요즘 아이돌 그룹은 멤버들 이름 일일이 외우기가 힘들어서”라고 대답하는 엉뚱함도 갖춘 그녀다.

그녀가 이수근씨를 좋아하는데는 에피소드가 있다. 예전에 그녀가 다니는 국립서울농학교에서 이수근씨가 출연하는 한 지상파 방송국 예능프로그램 촬영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날씨가 추웠는데 옷을 얇게 입고 있던 자신에게 이수근씨가 입고 있던 두꺼운 점퍼를 건네줬다. 그때부터 연예인 중엔 이수근씨가 가장 좋았고 다시 만나면 꼭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지켜보던 어머니가 “이제 다른 사람 좀 대봐”라고 말할 정도로 이수근씨에 대한 호감이 대단하다. 그만큼 따뜻한 기억이었다. ‘다른 학생들도 많았을텐데 예쁘니까 본인한테만 그런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져보자 “그때 여자가 나만 있어서?”라고 재치있게 응수한다.

혜원 양의 원래 꿈은 바리스타였다. 하지만 미스월드코리아에 입상하면서 연기자로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자가 된다면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앞장서서 알릴 수 있는 역할을 해 보고 싶어요”라고 밝게 웃으며 대답하는 모습에서 자신감과 당당함이 느껴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사진 박효상 기자, 월드뷰티엔터프라이즈 제공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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