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톡톡] 충남 천안의 한 여고생이 혼자 머리카락에 염색을 시도했다가 손까지 검게 변해버린 사연을 인터넷에 공개해 화제다. 한창 외모에 신경을 쓰는 여고생에게는 자칫 심각한 상황이었을 텐데도 여고생은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고 재치 넘치는 글과 사진으로 자신의 상황을 전했고, 네티즌들은 밝고 순수한 여고생의 글에 환호하고 있다.

흥미진진한 해프닝은 여고생 ‘ㅇㅈ’이 지난 13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혼자 염색하다가 ㅋㅋ’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수학능력시험을 362일 앞둔 여고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며칠 전부터 검은색으로 염색한 머리의 색이 빠져서 염색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며 “하지만 미용실을 하시는 엄마가 귀찮다고 염색을 해주지 않아 혼자 염색하기로 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염색약을 머리에 쓱쓱 바르면 된다고 생각한 여고생은 즉각 화장실로 들어가 염색 작업에 착수했고 별 탈 없이 머리카락에 깨끗하게 염색약을 바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 손에 비닐장갑을 끼지 않고 염색을 한 게 화근이었다. 손이 새까맣게 변해 버려 아무리 씻어도 검은색이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고생은 “미친 듯이 비누칠하고 폼 클렌징, 바디필딩 등 손에 잡히는 모든 걸로 다 씻었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무서워서 엄마에게 말도 못하고 화장실에서 나와 아세톤을 찾았다”며 아세톤으로 손을 닦는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아세톤으로도 검은 염색은 빠지지 않았다.

포기 상태에 이른 여고생은 “내일 학교에 어떻게 가죠?”라며 시커멓게 변한 손을 옷으로 절반쯤 가린 사진을 올려 웃음을 자아냈다.

재기발랄한 여고생의 사연은 즉각 네티즌들의 호응을 타고 인터넷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여고생의 글은 하룻만에 150여만건의 조횟수를 기록했고 해당 포털사이트 메인에 게시됐다.

자신의 글이 인기를 끌자 신이 난 여고생은 14일 시커멓게 변한 손으로 어떻게 학교생활을 했는지 자세한 후기를 또 다시 올렸다.

여고생은 “아침 8시에 등교했는데 전날 제 글이 포털사이트에 걸리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친구들이 구경을 왔다”며 “침팬지처럼 흉내내주면 친구들이 좋아했다”고 적었다.

여고생은 또 검은 손으로 수업 필기를 하거나 음악을 듣고, 사탕을 먹거나, 친구와 손을 맞잡는 등 일상생활을 꿋꿋하게 했다는 인증 사진을 올렸다. 특히 자신의 실수마저 재미있게 반겨준 친구들이 고마운 듯 자신의 학교 이름과 반을 공개하고 학급 친구들과 단체로 찍은 사진을 올려 인터넷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네티즌들은 “오랫만에 실컷 웃었어요”라며 즐거워하고 있다. 여고생의 황당한 사연은 급기야 각종 포털사이트에 ‘혼자 염색하다가ㅋㅋ’라는 검색어로 등극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