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힘 VS 대중의 힘…‘광해’를 둘러싼 ‘흥행’ 논란

대기업의 힘 VS 대중의 힘…‘광해’를 둘러싼 ‘흥행’ 논란

기사승인 2012-10-05 08:24:01

[쿠키 영화] 영화 ‘광해 :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그 어느 한국영화보다 빠른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흥행’ 자체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광해’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을 대신해 가짜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과 그 주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면서도 의미있게 그린 작품으로 실록에서 사라진 15일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배우 이병헌이 첫 사극 도전이자, 광해와 천민 하선 1인 2역을 소화해 내 제작 초반부터 큰 관심을 모았었다.

특히 3일, 개봉 21일 만에 700만을 돌파했는데, 이는 ‘왕의 남자’보다 13일 앞선 기록이고, ‘최종병기 활’보다 무려 25일이나 앞선 흥행속도이다. 이병헌 개인에게도 최고 스코어 기록이다. 이전에는 2008년 개봉한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668만)이 최고였다.

그러나 ‘광해’의 이러한 기록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이어지는 까닭은 영화가 전적으로 CJ에 의해 기획, 제작, 배급되었기 때문이다. 즉 CJ의 막대한 자본력으로 만들어지고, 다시 계열사인 CJ CGV에 의해 스크린 물량공세로 손쉽게 700만 고지에 오른 것은 물론 흥행 몰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봉 4주차인 ‘광해’의 3일 현재 스크린수는 914개이며, 상영횟수는 4477회에 달한다.(영화진흥위원회) 3일 하루에만 56만 9162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누적관객 역시 722만 386명을 기록했다.

실상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배급사들이 자사 투자 영화를 전면에 내세워 특혜를 준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관객들에게 혹평을 받는 와중에서도 수백 개의 스크린을 유지하면서, 겨우겨우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도록 질질 끈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관객들의 평가는 냉정해, 이런 영화의 경우에는 스크린 수 대비, 관객점유율이 형편없이 낮았다.

여기에서 ‘광해’ 흥행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광해’의 4일 현재에도 관객점유율이 60%가 넘고, 예매율 역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에서 40%가 넘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에 영화에 대한 평가와 상관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관객 끌어모으기를 시도했던 때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에서의 관객 평가 역시 호의적이다. 영화가 갖는 재미와 진지함에 대한 호평은 물론 배우들 개개인에 대해서도 극찬이 이어졌다. 광해 역의 이병헌을 비롯해 류승룡, 김인권, 한효주의 연기에 대해서도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즉 CJ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만 지금과 같은 기록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광해’ 흥행 분위기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기존 대기업 방식의 밀어붙이기를 무리하게 적용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광해’가 천만 관객에 등극할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와 상관없이 대기업이 관여되었다는 것과 영화가 대중들에게 호평을 받아 흥행세를 이어나가는 것을 어떻게 구분할지 분명하게 기준점이 제시되어야 할 시점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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