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이돌 그룹, 솔로 가수, 오디션 출신 가수 등 신인만 해도 수백 명이다. 그룹의 경우에는 개인의 이름은 고사하고, 팀 이름조차 대중들에게 알리기 버겁다. 연말을 맞이한 가요담당 기자로서는 ‘올해 살아남은 가수’를 결산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음악성과 스타성으로 이름을 알린 몇 안 되는 신인 중에 하나인 스피카는 이 결산에 절대 이름을 올리지 않을 뿐더러, 도리어 ‘2013년 기대되는 그룹’에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데뷔 10개월, 이들은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내렸을까.
“저희는 데뷔 전에 활동을 해본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열심히만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같은 영상인데 모니터를 할 때마다 다르더라고요. 1개월 후에, 3개월 후에 또 달라요. 그래서 항상 아쉽게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쉽지 않아요. 물론 데뷔를 해서 많은 분들에게 좋은 평을 받아서 감사하죠. 하지만 저희끼리 ‘여기서 이렇게 해도 되나’ 고민하는 순간, 기차는 떠나더라고요. 앞으로는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잡으려 해요.”
데뷔 당시, 신인 그룹으로는 이례적으로 독특한 이력으로 관심을 받으며 대중들 앞에 섰다. 데뷔하기 전에 이미 ‘이효리가 키운 아이돌 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달았지만, 개개인으로 따져서도 만만치 않았다. 양지원은 ‘오소녀 출신 마지막 멤버’로, 김보아는 ‘이효리, 인순이, 소녀시대의 가이드와 코러스 담당’이라는, 박주현은 ‘데뷔 전 이미 유명했던 CF모델 출신’으로, 박나래는 ‘슈퍼스타K 출신’이라는, 김보형은 ‘2NE1 연습생 출신’이라는 이력이 그것이다. 이런 이력은 어느 때는 ‘득(得)이 되지만, 어느때는 ’실‘(失)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길게 봤을 때는 스피카가 ’추억‘으로만 남길 이력들이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이들은 이런 이력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까.
“데뷔 초에는 많은 분들이 물어봐 주셨는데, 이제는 거의 없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데뷔할 때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는 사람보다는, 뭔가 떠오르는 것이 신인 때에는 좋은 것 같아요. 저희에게 나쁜 꼬리표가 아닌, 지내왔던 이력이잖아요. 그러면서도 뭔가는 계속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거(수식어) 하나만 가지고 계속 가져갈 수는 없잖아요.(웃음)”
“사실 수식어에 대한 질문보다는 효리 언니에 대해 물어볼 때 조심스러웠어요. 인터뷰 때 효리 언니와 연관되어 쓰시면 좋겠지만, 저희가 말을 잘못 해서 효리 언니에게 실수를 할까봐 굉장히 부담스러웠죠.”
스피카는 데뷔 때부터 꾸준히 ‘아이돌 그룹’ ‘걸 그룹’이라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자신들은 보컬그룹이라고 정의 내렸고, 걸 그룹이라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낯간지럽다”라고 반응했다. 춤추는 애들이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하는 애들이 춤을 춘다는 것이다. 팬들도 이런 스피카를 좋아한다.
그런데 최근 두 번째 미니앨범 ‘론리’(Lonely)를 발표하고는 조금 양상이 달라졌다. 한층 여성미가 강조되어 부쩍 예뻐진 외모 때문일 수도 있지만, 스피카가 지향하는 방향이 약간 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그리고 이는 팬들의 성향에서도 변화를 가져왔다.
“기사에 댓글을 보면 배신감을 느끼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하지만 거부감이나 배신감도 저희가 잘 소화하면 저희만의 색깔로 드러나겠죠. 그런 모습도 저희가 앞으로 해야 되는 거잖아요. 말하기 신중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저희가 콘셉트에 변화를 주더라도 기본적으로 보컬을 잘해야 된다는 생각은 여전해요. 그리고 이번 노래와 콘셉트는 좋다고 생각해요. 저희랑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요.”
스피카가 가진 음악성은 무대뿐 아니라 앨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데뷔 앨범 때부터 자신들의 자작곡을 실어온 스피카는 이번 미니앨범에도 김보아와 김보형의 자작곡 ‘위드 유’(With You)와 ‘그날 밤’이 실렸다. 그리고 음악적 역량이 뛰어난 김보아가 전 곡의 보컬 디렉터를 맡아,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실상 스피카를 보는 많은 이들이 ‘시기를 잘못 만났다’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신인 그룹들의 경쟁이 조금 덜 치열했던 2007년에서 2009년 사이에 데뷔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시간 안에 대중들의 시선을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마냥 아쉬워할 수만은 없는 법. 앞서 2012년을 정리했다면, 2013년에 어떻게 활동해야 할지 고민도 있을 것이다.
“사실 저희가 활동을 해서, 많은 아이돌 그룹이 나와서 활동한다는 것을 일면 못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저희가 2~3년 전만 해도 ‘또 나와’ 했으니까요. 그런데 데뷔해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어떤 일로든 이슈가 되어서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것 자체가 다 긍정적으로 보여요. 범죄만 아니면요.(웃음) 노래만 잘한다고 알아주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