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누가 어떻게 하라고 답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뭘 어떻게 나와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내년 가요계에 내보낼 신인그룹을 준비하는 한 가요제작자의 푸념이다. 이 푸념은 비단 이 제작자만에게만 들리는 것은 아니다. 가요계 전반적으로 2013년을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왜일까.
제일 큰 원인은 속도가 ‘LTE급’으로 빨라진 대중들의 취향에서 찾을 수 있다. 대중들의 트렌드도 시시각각 바뀌는 것은 물론 팬들까지도 좋아하는 가수를 수시로 옮겨 다닌다. 이러한 성향은 2~3년 전부터 기미를 보이다가, 2012년 급격히 눈에 띄었다.
이는 가수들을 쉬게 하지도 못했고, 단 6개월만 쉬면서 앨범 준비를 해도 대중들의 기억 속에 자신들이 사라진다는 불안감을 초래했다. 그러다보니 ‘컴백’을 하는 기존 가수들에 신인 가수들까지 더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근 4년간 새로 데뷔한 신인가수들은 솔로, 아이돌 통틀어 셀 수없을 정도다. 아이돌만 따져도 약 150팀이 훌쩍 넘어간다는 추정이 있을 정도니, 솔로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어마어마하다. 일부 아이돌이 해체하고, 앨범만 한 장 내고 사라져버린 솔로들이 있다 치더라도, 여전히 그 숫자는 크다.
우선 아이돌들을 살펴보자. 2009~2010년 전후로 데뷔한 아이돌의 경우 올해 커다란 성과를 낸 몇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2013년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다시 드러내지 않으면, 후배들에게 밀릴 여지가 크다. 2011년과 2012년에 데뷔한 아이돌들은 제대로 자리조차 잡지 못한 채, 휩쓸려간 팀들이 대다수다. 두 해에 걸쳐 나온 아이돌만 100팀 가까이 되지만,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남긴 이들은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2013년에 자리 잡지 못하면 사실상 2014년을 바라보기란 어렵다. 승부수를 던져야 할 해인 셈이다.
솔로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아이돌에 밀려 음악방송이나 예능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상황에서, 2012년 아이돌이 주춤한 틈을 타 어느 정도 치고 올라갔다. 때문에 ‘아이돌 VS 솔로’의 대결 구도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시기는 2013년이다. 이미 적잖은 가요계 관계자들이 2012년에 솔로들의 한해라고 평가받는 시점인 지금, 승기를 여전히 잡지 못하면 2014년은 불투명하다.
결국 거의 대부분 아이돌들이 2013년에 한 두번 이상 ‘컴백’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솔로들 역시 애써 잡은 분위기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데뷔 시점을 저울질 하던 신인 아이돌 그룹들도 2014년으로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돌 그룹의 붐이 사실상 ‘끝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현재, 2014년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데뷔 준비 중인 신인 솔로 가수들도 현재의 분위기를 놓치기 싫어한다.
이러한 상황은 ‘1월 전쟁’에서부터 이미 예측 가능하다.
국내 톱클래스 걸 그룹 소녀시대가 1월 1일 컴백을 선언했다. 1~2년 사이 1월은 대부분 신인 그룹들의 데뷔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소녀시대의 컴백은 대단히 예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정체기를 소녀시대가 다시 부흥기로 이끌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기에, 만약 기대치를 밑돌 경우 소녀시대 뿐 아니라, 전체 아이돌 시장도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3일에는 백지영이 피아니스트 이루마와 콜레보레이션 싱글 ‘싫다’를 선보이면, 다시 무대에 선다. 이어 4일에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리더 제아가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한다. 가창력을 자랑하는 두 여성 솔로가 연초부터 전면에 나선 것이다.
씨엔블루도 10개월 만인 1월 14일 새 앨범을 발매한다. 지난 3월 발표한 미니 앨범 이후 전곡을 멤버들이 작사, 작곡한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세련된 음악으로 사랑받는 클래지콰이 프로젝트도 3년 반 만에 신보를 선보인다.
이 외에도 JYJ 멤버 김재중이 첫 솔로 음반을 발매하며, 씨스타 유닛인 ‘씨스타 19’(효린, 보라)도 1월 안에 싱글 앨범을 선보인다. 또 ‘모델돌’ 나인뮤지스도 1월 중 컴백할 예정이며, 보이그룹 스피드도 다시 도전장을 던진다.
여기에 12월에 앨범을 낸 몇몇 신인들도 2013년 1월까지 활동을 이어나간다. 아이돌과 솔로가, 선배 가수들과 신인 가수들이 서로 충돌하는 셈이다.
누가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이는 2012년에 제법 인지도가 있다는 아이돌 그룹들이 음원에서 중위권에서만 맴돌다 사라진 것만을 봐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중들의 마음을 잡는 방법이 더욱 오리무중해지기도 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결국 2013년은 가요계 ‘선수’들이 계급장 떼고 한 판 붙는 흥미로우면서도 치열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