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출 금리 한자릿수로…” 기업은행의 실험

“모든 대출 금리 한자릿수로…” 기업은행의 실험

기사승인 2012-12-28 23:19:00
[쿠키 경제]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국내 은행들은 연 20%에 육박하는 대출 금리를 받았다. 중소기업들은 대출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연쇄 도산했다. 서민들은 사채 같은 고리에 피가 말랐다. 그러나 은행은 리스크관리 실패를 책임지기보다는 고리를 받아 챙기기에 급급했다.

이후 15년간 금융회사들은 고리 대출구조를 고집하며 손쉬운 돈벌이를 해 왔다.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서민과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금융회사의 ‘탐욕’이 비난을 받아도 좀처럼 변화하지 않았다.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이 반기를 들며 파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28일 국내 은행 역사상 최초로 내년 1월부터 가산금리 제도를 전면폐지하고 감면금리 체계를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가계·중소기업대출 금리의 상한선이 각각 연 13%, 10.5%에서 모두 연 9.5%로 통일된다. 기업은행 거래 고객이라면 누구라도 연간 ‘한 자릿수’ 대출금리를 받게 되는 것이다.

기업은행 출신 첫 내부승진 행장인 조 행장은 “아마 나는 임기 내내 수익이 떨어진 행장으로 기억될 것”이라면서도 “영광의 훈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가산금리 제도란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른 기본금리에 매출, 거래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출 이자를 추가로 부여하는 제도다. 은행별로 수백 종류의 가산금리 항목이 있으며, 그 중에는 고객의 학력 등 차별적 조항이나 연체자에 대한 약탈적 범칙금리 등 불합리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 은행이 가산금리를 ‘대외비’로 취급한다.

기업은행은 이 같은 가산금리 제도를 없애기 위해 최근 감면금리 제도를 이식하는 전산정비도 완료했다. 은행업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인 만큼 IBK경제연구소와 은행 여신기획부가 공동으로 시뮬레이션 작업을 벌여 오차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

조 행장은 “금리 개선 작업을 추진하면서 몇 번이나 그냥 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대출금리 상한을 낮추면 은행의 수익은 줄어든다. 기업은행은 올해 대출금리 상한을 두 차례 낮추고 무료컨설팅 사업을 확대하면서 이미 4000억원(추산)의 손해를 입었다.

은행이 수익을 포기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조 행장은 “기업들이 죽어간다고 아우성일 때 은행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적정한 수익만 챙기고 이들을 돕는 게 나은지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답을 내렸다”고 말했다. 1980년 입행한 32년차 뱅커(Banker)의 회한과 철학으로 읽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김철오 기자
eyes@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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