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별공(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별정직 공무원)’ 정리 방침을 세운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가 이전 정부 각 부처에서 파견된 ‘진공(진짜 공무원, 이른바 정규직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일단 잔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별공은 거의 대부분 정리하지만 그렇다고 ‘이명박의 사람들’을 다 내보낼 수는 없다”면서 “전문적 식견과 업무 경험이 있는 진공들은 일단 청와대에 남아서 계속 같이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별공들이야 이명박 정부와 한 몸이나 다름없지만 진공은 다르지 않느냐. 각 부처 소속이고 정무적 판단이 개입할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이니 같이 일해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 업무를 제대로 인수인계 받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면서 진공들의 가치가 급상승했다는 얘기다.

이런 청와대 방침에는 진공 본인들의 강력한 잔류 의사도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에서 파견된 이들은 현 청와대에서 원 소속 부처로 돌아갈 경우 곧바로 근무지가 세종시로 바뀌게 된다. 주거지가 서울인 만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청와대에 남는 게 이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청와대 행정관급 인사를 좌지우지한다고 소문난 친박근혜계 보좌관 출신 인사들에게 줄을 대려는 시도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로 내려가지 않으려는 진공들의 개인적 욕심과 “하루빨리 조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현 청와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전 대통령에게 ‘충성’을 했던 진공들이 그대로 새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청와대에 조금이라도 오래 남아 있을 경우 현 정부에서 출세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이유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역대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가 차례로 집권했지만 새 집권세력은 별공과 진공을 가릴 것 없이 직전 정부의 청와대 직원들을 모두 내보냈기 때문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