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사회도 죽음을 공론화 할 때”

“이제 우리사회도 죽음을 공론화 할 때”

기사승인 2013-05-29 10:22:01
[쿠키 건강] 나의 무덤 앞에서 울지 마오. 거기에 난 없소. 잠들어 있지 않소. 수없이 많은 바람이 되어 저 넓은 하늘을 날고 있소

“일본에서 매우 유행했던 인기 팝페라 가수 아키카와 마사후미의 ‘천의 바람이 되어’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일본에는 죽음을 주제로 다룬 대중가요까지 있을 정도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돼있지 않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맞이해야 하는 죽음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최준식 한국죽음학회 회장(이화여대 국제학과 교수)은 28일 연세대학교 은명대강당에서 개최된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정기세미나 및 창립총회’에서 “문화적 인문학적 관점에서 죽음의 준비”를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인간은 죽음에 대해 이해하는 유일한 동물로서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며 단지 의식화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인간이 죽음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인간이 처한 궁극적 문제인 죽음 앞에서 인간의 어떤 의미도 없어지고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지 않으면 삶의 궁극적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삶의 마지막 성장의 기회인 죽음을 이해했을 때만이 삶의 의미가 밝혀지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완성시키기 위해 죽음을 염두에 두고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스포츠와 연애, 정치 등 시시한 세속사나 쇼핑 등으로 죽음을 외면하기 위한 많은 의식적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에 대해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공포와 죽는 과정과 죽은 뒤에 홀로 남겨질 것이라는 공포,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기약 없는 이별, 사후 생에 대한 무지 등으로 압축했다.

그는 사람들은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가 되어서야, 그 동안 매달려온 세속적인 것들의 허망함을 알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물질에 빼앗겨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살다가 죽음을 코앞에 두고 ‘나는 누구인지’, ‘한 평생을 제대로 살았는지’, ‘좋은 사람이었는지’, ‘죽음 뒤에도 생존하는가?’ 등 삶의 의미에 대해 비로소 묻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죽음을 앞두고 삶에서 중요한 문제를 짚어보고 자신의 삶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진한 게 있다면 서둘러 해결해야 하고 가족들과 정상적인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죽음은 자신의 삶을 잘 정리해 남길 이야기를 전해주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충분히 대화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추억을 충분히 공유한 다음에 그 가족들 속에서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존엄사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특히 죽음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벌어지는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며 단계적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죽음에 대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양원에서의 죽음 강의는 인기가 없다. 나이가 들면 오히려 죽음을 성숙하게 직면하기 보다 회피하고 부정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는 죽음을 교육하는 학교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며 이제 우리사회도 죽음을 정면으로 맞이해 공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제 죽음에 대한 인식을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새롭게 해야 한다며 대중매체에서부터 죽음이라는 용어에서부터 오는 거부감을 줄이고 쓸데없는 공포감을 양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죽음 뒤에도 생이 지속함을 밝히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들도 말기환자와 올바로 소통할 수 있도록 죽음교육 교재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올바른 죽음을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삶과 죽음 뒤의 세계는 둘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죽음 뒤의 삶에 대한 관심은 ‘현재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개개인의 생에 있어 자신이 어떤 고명 혹은 과제를 갖고 태어났는가를 확인해 반드시 그것을 완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성공과 같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적인 진보라는 것을 숙지하고 이를 위해 우리는 타인에 대해 항상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존중해야 할 뿐 아니라 동물이나 자연에 대해서도 적절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포뉴스 배준열 기자 jun@medifonews.com
이영수 기자
jun@medifonews.com
이영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