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한달 전 항암제 쓰는 비율만 50%… 의료집착

임종 한달 전 항암제 쓰는 비율만 50%… 의료집착

기사승인 2013-05-30 08:18:01
호스피스 수가조차 인정 안돼 OECD 중 죽음의 질 꼴지



[쿠키 건강] 임종을 한 달 남긴 환자들이 항암제를 쓰는 비율이 50%에 이를 정도로 다른 국가에 비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허대석 서울대 의과대학 내과 교수는 29일 열린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 제도화 관련 공청회’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나치게 연명치료에 지나치게 집착적이라고 꼬집으며 이같이 말했다.

호스피스 분야에 10여년 관여한 허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임종을 한 달 남긴 환자에게 항암제를 쓰는 비율이 30% 수준을 유지하다가 최근에는 50%에 육박할 정도로 다빈도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10% 정도의 비율을 기록한다. 허 교수는 임종 한 달 전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은 환자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평가지표에서는 5% 미만을 ‘우수’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임종 직전 고가의 의료기기를 쓰는 비율도 OECD국가 중 단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 교수는 “너무나 의료에 집착적”이라고 평가했다. 임종말기라면 선택의 여지없이 인공호흡기나 인공심장에 의지해 근근이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 누구나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을 정도로 임종의 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에 호스피스가 건강보험에 등재돼 있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으며 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죽음의 질이 OECD 중 꼴지로 집계되고 있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다른 특별한 방법보다 우리나라도 국제기준을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환자라면 당연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편안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임종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임종 일주일 전이 돼서야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현재로선 임종환자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를 선택하는 것이 어렵다고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내과 교수인 그는 한 예로 지난주에도 오랫동안 자신에게 치료를 받았던 50대 악성림프종 환자 두 명이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임종을 몇 주 남기고 호스피스를 권유했는데 환자나 가족이나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다가 임종 이틀 전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현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임종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며 현재도 18만명에 이르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매일 매일을 연명치료의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하루 빨리 현실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는 임종환자가 연명의료 대신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임시 권고(안)’을 발표했다.

특별위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참고해 이 권고안을 내달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포뉴스 배준열 기자 jun@medifonews.com
이영수 기자
jun@medifonews.com
이영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