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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KB금융그룹 사장이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을 제치고 차기 KB금융 회장으로 내정됐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사상 처음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을 선임하며 임 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KB금융 회추위는 5일 서울 모처에서 임 사장과 민 행장, 최기의 KB카드 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 4명의 후보를 잇따라 심층 면접한 뒤 임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다. 면접은 후보별로 90분 정도 이어졌다.
결과는 임 사장의 완승이었다. 임 사장은 민 행장과 경합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회추위원 9명 모두의 표를 얻었다. 임 사장은 관료 출신이지만 지난 3년간 KB금융 사장을 맡아 민간 금융지주 운영 경험을 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어윤대 회장을 보좌하며 온화한 리더십으로 그룹을 운영해온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관치’논란으로 국민은행 등 계열사 임직원의 반발이 심해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 만장일치로 최종 후보에 선정되면서 이런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임 사장은 당장 KB금융의 수익성 제고라는 당면 과제를 맞게 됐다. KB금융 총자산은 368조원으로 우리금융(418조원)에 크게 뒤처진다. 지난 1분기 순이익도 4115억원으로 신한금융(4813억원)에 뒤지는 등 어느 면에서도 ‘리딩뱅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특히 우리금융과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많다.
임 사장은 “그동안 공직에서 경험하고 배운 금융 정책에다 실무 경험까지 곁들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며 “KB금융을 리딩뱅크 지위에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와의 관계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대화해 KB금융 경영의 훌륭한 파트너로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고와 서울대학교 사범대를 나온 임 사장은 1977년 행정고시(20회)에 합격해 공직의 길을 걸었다. 대통령 경제비서실 행정관, 재정경제부(현재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 및 2차관 등을 거쳐 2010년 KB금융 사장으로 취임했다. 임 사장은 자격 검증 절차를 거쳐 다음달 12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민 행장은 32년간의 은행원 생활을 뒤로 하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민 행장은 “임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의미에서 사퇴를 결정했다”면서 “어 회장에게 이미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민 행장은 “임 사장은 뛰어난 능력과 전문성을 갖춰 KB금융그룹을 훌륭히 이끌 것”이라며 “KB금융을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