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경기도의 한 중소도시에 위치한 A산부인과는 최근 쉴새없이 걸려오는 환자들의 항의전화와 진료비 환불요구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다른 산부인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슨 문제 때문일까?
문제의 발단은 만 30세 이상 산모일 경우 심평원 고시에 따라 임신당뇨검사 급여대상인데도 많은 산부인과들이 이를 비급여로 진료비를 계산한 것에서 비롯됐다. 나중에 인터넷 등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환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집단적으로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만 30세 이상”이라는 대상 기준이다.
최근 자신을 산부인과의 심사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라고 밝힌 익명의 제보자가 억울하다며 자신의 사연을 이메일을 통해 보내왔다.
제보자는 이런 사태를 발생하게 한 책임이 의료기관이 아닌 심평원 때문이라고 말한다. 심평원 내부 심사기준에 따라 만 30세 이상이지만 정상적인 산모에게는 보험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임신당뇨검사는 임산부들이 임신 20주 정도 이전에 임신성 당뇨판정을 위해 실시하는 검사로 이 검사를 통해 임신성 당뇨유무를 판별하고 향후 진료에 참고를 하게 된다. 최근 고령 산모가 많아지면서 예전에 비해 임신성 당뇨판정을 받는 산모들의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심평원이 지난 2007년에 고시한 심사기준에 따르면 “임산부에게 실시한 경구당부하검사는 임신성 당뇨병의 고위험군의 경우(소변검사상 당 검출, 4kg이상의 거대아 분만력, 선천성 기형아 출산력, 당뇨의 가족력, 원인불명의 자궁내 태아사망의 분만력, 비만, 30세 이상의 산모 등)와 당뇨 기왕력이 있거나 의심되는 임산부에게 인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그는 “심평원 고시기준에 따라 30세 이상 산모는 당연히 급여대상이지만 산부인과가 보험적용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심평원 내부 심사기준에 따라 30세 이상 정상자들은 선별적으로 보험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의료기관에서 수차례 기준에 근거해 심사기준을 변경할 것을 요청했고 지난 2월에는 한 지방 심평원 지원에서 이 문제로 진료비를 환불하는 사태까지 있었지만 심평원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다만 의료기관에서 이를 전부 환급하고 누락 청구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기준에 따르면 누락청구는 소멸시효 내인 3년치에 한해 청구를 할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환불은 3년 전인 2010년 이후부터 비급여로 임신당뇨검사를 받은 환자들이 할 수 있다.
의료기관에서는 가장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은 환불 비용 문제가 아니라 한꺼번에 몰려와 환불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환자들의 민원상담을 처리하는 문제다.
제보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의 경우, 상담 전담 직원이 온종일 민원을 처리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항의전화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 일이 언제쯤 마무리될지 알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 심평원, 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부 어느 하나 중재해 주지도 않고 의료기관만 일방적으로 욕을 먹고 비용까지 떠맡으며 하루하루 수많은 민원인들을 상대하고 있어 괴롭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에 대해 “우리는 2007년 고시기준을 각 병원에 충분히 공지했다. 따라서 이를 병원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데도 병원 측이 인지를 못한 것 같다. 또 최근 30세 이상 고령 산모가 워낙 많아 급여를 신청해도 안될 것이라고 생각해 의료기관들이 미리 차단했을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포뉴스 배준열 기자 jun@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