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해외 시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하반기 내수 시장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16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개최한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하반기 국내 부문은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해외에서 품질경쟁력과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로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미국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과 중국의 저성장 장기화 전망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해외 시장별 시나리오를 마련해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특히 “유럽, 인도, 러시아 등의 침체에 중국의 저성장이 겹치고 엔저 현상까지 지속되면 시장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사전 대비책을 마련해 성장 동력을 잃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해외 시장에서 선전했지만 하반기 판매 신장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현실화되면 유럽은 물론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할 것으로 현대·기아차는 보고 있다.

상반기 두 자릿수 판매 증가율을 기록한 중국도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과 자동차 구매제한 조치의 확대 시행 등으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엔저 현상을 등에 업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하반기에도 인센티브 확대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세계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도 수요 감소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관세 인하 효과에 힘입은 수입차의 공세, 생산 불확실성 증대 등 삼중고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조의 특근거부 등으로 생산차질을 빚는 일이 잦아 국내 보다는 해외 공장의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경제민주화 입법에 따른 각종 규제를 피해 해외로 나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많다.


현대·기아차는 정 회장의 지휘에 따라 글로벌 경제 전망에 따른 시장별 시나리오를 재점검하고 품질,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힘을 더 쓸 방침이다. 지역별로 특화된 고객 밀착 서비스도 강화한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세계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357만대에 비해 7%가 증가한 383만대를 판매했다. 글로벌 시장 증가율을 상회하는 실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