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분쟁 해결을 위해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애플이 차세대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을 삼성전자에게 맡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등 한때 극단으로 치닫던 양사의 관계가 화해모드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1년 전부터 특허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사는 애플이 지난해 여름 1건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승리한 직후부터 몇 차례 접촉했으며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대면 협상을 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 2월에는 합의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최종 타결에 실패하면서 협상 분위기가 다소 냉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양사가 가까운 시일 내에 합의에 이를 조짐은 보이지 않지만, 협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 초에 공개된 ITC 문건과 소식통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협상 과정에서 모든 특허 관련 법적 분쟁을 한꺼번에 일괄 타결하기 위한 포괄적인 특허 크로스 라이센싱(상호 특허사용 허가) 계약을 강력히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SK하이닉스와 크로스 라이센싱을 체결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합의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는 수 년 간의 소송이 양측 모두에게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애플에게 있어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이지만 동시에 최고의 부품 공급업체이기도 하다.

양사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애플이 삼성전자의 부품 공급 계약을 잇달아 해지하거나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애플이 삼성전자를 대체할만한 부품업체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 애플이 2015년에 출시될 아이폰에 탑재될 A9 AP칩 생산을 삼성전자에게 맡기기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야기가 일부 언론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계약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IDC의 밥 오도넬 애널리스트는 “양사는 전통적 의미의 공생관계”라며 “애플은 삼성과의 관계를 끊으려 애쓰지만 일부 부품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