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공이 넘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 제품 수입 금지를 권고함에 따라 60일 후인 10월8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거부권 행사 가능성 낮아=오바마 대통령의 팔이 안으로 굽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삼성전자 제품 수입금지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ITC는 애플과 삼성전자 제품 모두 특허 침해를 이유로 수입 금지를 권고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애플 편을 들면서 공평하지 않은 태도를 취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성격이 서로 다른 점을 ‘편파 판정’의 명분으로 삼으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경우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오바마 행정부는 표준특허는 누구나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프랜드’(FRAND) 원칙을 들어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반면 삼성전자가 침해했다는 특허 2건은 모두 상용특허다. 상용특허는 표준특허와 달리 배타성이 강한 만큼 삼성의 상용특허 침해는 애플의 표준특허 침해보다 심각한 것이라고 오바마 행정부가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상용특허 2건은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개발에 참여한 대표적인 특허인 ‘휴리스틱스를 이용한 그래픽 사용자 환경 관련 특허’(949특허)와 ‘헤드셋 인식 방법 관련 특허’(501특허) 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식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줄 경우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점하게 될 전망이다. 양측은 1년여 전부터 포괄적인 특허 크로스라이센싱을 염두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국 기업 감싸기 비난 여론이 변수=오바마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애플제품 수입금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난 여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원천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은 표준특허를 무력화한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달갑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MS) 호라시오 구티에레스 수석 변리사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미국의 지적재산권 원칙을 무시해도 좋다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 오바마 대통령이 공정성을 이유로 삼성전자 수입금지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상도 없지 않다. 정부가 나서 자국 기업 지키기에 나선다는 여론을 잠재우고 법원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는 추측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