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삼성이 작은 승리를 거뒀다. ‘둥근 모서리’로 대표되는 아이폰 디자인 특허의 침해가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9일(현지시간)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4건 중 2건만 침해를 인정했다. 침해가 인정되지 않은 2건은 화면 이미지 제공 방식 관련 특허(922특허)와 아이폰 전면 디자인 특허(D’678특허)다.

애플은 둥근 모서리 디자인을 아이폰의 고유 디자인이라면서 특허를 주장했지만 안방인 미국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미 애플은 네덜란드, 영국, 스페인 등에서 ‘둥근 모서리’를 내세워 소송전을 벌였지만 모두 패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ITC 분쟁에서 상용특허가 아니라 디자인 특허 부분을 중점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디자인 특허 비침해 결정은 중요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도 디자인 특허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새너제이 법원) 배심원들은 외형상 비슷한 부분이 많아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평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ITC는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모양이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판단해 이를 특허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디자인 특허는 삼성전자에게 ‘카피캣’(모방꾼) 이미지를 덧씌운 대표적인 걸림돌이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허에 큰 관심이 없는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어려운 기술 특허 공방전보다 디자인 특허가 더 와닿는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애플과의 소송에서도 디자인 문제로 시비를 가릴 일이 없어졌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해외 대변인 애덤 예이츠는 블룸버그에 “애플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디자인 특허 사용을 멈추고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제품을 독점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삼성이 스마트폰 디자인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는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가 둥근 모서리와 직각 스크린 디자인을 채용한 게 어떤 잘못도 아니라는 점을 인정 받았다”며 “애플의 소소한 승리보다 오랫동안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