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던 박성철(73) 신원그룹 회장을 11일 서울 도화동 사옥에서 만났다. 전날 새벽 한국에 도착한 박 회장은 베트남에서 보고 느낀 감상들을 적어둔 A4용지 4장을 들고 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원은 정부에 직접 경제사절단 참여 신청을 해 사절단에 포함됐다.

박 회장은 베트남 정부가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한없이 자세를 낮추고 시종일관 겸손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9일 저녁에 열린 국빈만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했던 ‘사돈의 나라’라는 말이 양국 관계자들 사이에서 여러 차례 나왔다고 한다.

“사돈이라는 말이 베트남 입장에선 수치스러운 측면도 있고 좋은 것만은 아닌데 서슴없이 언급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사실 과거 우리나라가 참전한 베트남 전쟁 때 베트남 국민 4만명이 희생당한
악연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사돈 관계를 이야기하는 게 어떻게 보면 자존심도 내려놓은 것인데, 경제발전에 한국이 도움이 됐으면 하는 소망 사항을 겸손하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국빈만찬때 ‘그 겨울의 찻집’, ‘칠갑산’, ‘아리랑’ 등 한국 노래가 흘러나오고 가수와 무용수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박 대통령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마친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덕담을 건네면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고 전했다.

“8일 저녁 한·베트남 경제협력 만찬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인허가 절차, 건축 규정 등에 관한 다양한 애로사항을 쏟아냈거든요. 그런데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이 건의 사항 70~80% 이상에 대해 ‘하겠습니다’, ‘개선하겠습니다’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최대한 협조하고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여러 차례 밝혔고요. 앞으로 베트남 시장에 더욱 기대를 걸게 되는 대목입니다.”

그는 특히 기업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려고 할 때 법조문이나 규제 등이 정밀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는데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비했던 점을 채우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직접 경제사절단 신청을 받아 중소·중견기업인들이 대거 포함된 데 대해서는 “실제로 현지에서 기업하고 있는 사람들이 동행해 현장에서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경제가 현재 ‘호황 속의 불황’으로 잠깐 주춤하고 있지만 1~2년 있으면 다시 뛰어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베트남이 미국과 면세협정을 체결하고 나면 2020년까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박 회장은 곁에서 지켜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소회도 전했다.

“국빈만찬이 있었던 9일 박 대통령은 총 8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거든요. 호치민 묘소 참배, 정상회담, 협정 서명식 및 공동 기자회견, 국회의장 면담 등등 남자가 소화하기에도 벅찬 일정이었는데 박 대통령이 잘 해내는 걸 보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우리나라 여성이 참 강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습니다. 8일 만찬 간담회때도 통역과 수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무언가를 계속 수첩에 적는데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박 회장은 남북 공동위원회가 밤샘 협의 끝에 오는 16일부터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정말 잘 된 일이다”라며 기뻐했다. 이날 새벽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는 전화를 받고 감사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그는 23일 개성공단에 들어가 직원들을 위로하고 떡도 돌릴 생각이다.

박 회장은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밝힌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간다’는 비전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평양을 통과해야하고 그러려면 개성을 잘 풀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필두로 경색된 남북 관계를 잘 풀고 있고 한때 적국이었던 베트남과도 경제협력을 매개로 앙금을 해소하고 있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회장은 베트남 공장 현지 직원들에게 점심을 주게 된 사연도 털어놨다.

“12년 전 베트남에 공장을 지어서 일을 시켜 보니까 사람들이 하도 먹는 게 부실하다보니 일하다 쓰러지고 결근도 잦았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점심을 먹이자고 생각했지요. 몇 달 되니까 다른 공장 직원들도 우리도 신원처럼 점심을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은 우리나라 기업 뿐 아니라 베트남에 진출한 전 세계 회사들이 현지 직원들에게 점심을 주게 됐습니다. 그 불을 신원이 지폈습니다.” 신원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에겐 점심 때 국과 하루 두차례 새참을 제공하고 있다. 근로자와의 돈독한 관계 때문에 신원 공장에선 월급을 올려달라는 시위도 없고 노조도 없다고 한다.

“3년 전쯤 베트남 공장 인근에서 월급 올려달라는 시위가 크게 있었어요. 우리 공장만 빼놓고 다른 공장은 열흘 가까이를 쉬었지요. 직원들에게 ‘너희들은 왜 데모 안 하냐’라고 물어보니 ‘신원이 점심을 주기 시작해서 베트남 노동자들이 점심을 챙겨먹게 됐다. 그 은혜를 갚아야 된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직원들과의 믿음, 신뢰가 신원의 힘입니다.”

신원의 해외 공장에선 한국 직원들이 출근 30분 전에 먼저 나와 현지 근로자들에게 “어서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게 원칙처럼 돼 있다.

“중국이건 인도네시아건 과테말라건 어느 곳에서든지 무조건 30분 전에 나와서 인사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데모도 없고 갈등도 없어요. 반란이 나면 노동자들이 먼저 공장을 지킵니다. ‘주인이 되려고 하면 종도 못된다’는 말이 있듯이 자존심 내리고 섬기는 마음으로 하면 무슨 일이든 되게 돼 있습니다. 그게 기독교 정신이고요. 베트남에서도 놀란 것이 주석이고 총리이고 ‘무슨 일이든 뒷받침 하겠습니다’하는 자세였습니다. 우리보다 땅덩이도 크고 인구도 많고 전쟁에서도 이긴 나라인데 겸손하게 맞아주는 모습이 감명 깊었습니다.”

박 회장은 매일 새벽 4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독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하다. 그는 개성공단에서도 예배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매주 수요일과 주일에 예배를 드리고 있다.

신원그룹은 현재 베트남 하노이 빈폭성과 타이응우옌성에 니트 의류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두 공장에서 1만여명의 현지인 근로자가 연간 2억 달러의 니트 의류를 생산해 전량 미국으로 수출한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은 5000만달러에 달한다. 신원은 베트남에 추가 투자를 진행해 연간 매출을 5억 달러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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