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10대 그룹의 유동자산이 최근 2년 사이 2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어들인 돈은 많은데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를 줄이고 ‘곳간’에 돈을 쌓아둔 결과다. 경제민주화 입법 등 경제 외적인 요소도 기업들의 투자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종합하면 재벌 총수가 있는 10대 그룹 81개 제조업 상장사의 유동자산은 6월 말 기준 252조3191억원으로 2년 전보다 21.9% 늘었다. 유동자산은 1년 이내에 환금할 수 있는 자산으로 현금, 예금, 일시 소유의 유가증권 등이 해당된다. 10대 그룹의 유동자산은 2011년 6월 말 207조185억원에서 지난해 6월 말 220조1366억원으로 6.3% 늘었고 올해 6월 말 250조원을 웃돌았다.

그룹별 유동자산은 삼성 85조9005억원, 현대자동차 59조2887억원, LG 30조8154억원, SK 20조1751억원, 현대중공업 17조3611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두산은 10조4587억원, GS 10조4472억원, 롯데 9조431억원, 한진 5조7273억원, 한화 3조1020억원이었다.

유동자산 증가율은 삼성이 42.8%로 가장 컸다. 이어 롯데 35.3%, 한화 26.8%, 현대자동차 23.9%, 한진 13.4%, SK 11.8%, 현대중공업 7.6%, GS 6.9%, LG 5.4%로 조사됐다. 10대 그룹 중에선 유일하게 두산만 10.1% 감소했다.

기업 관계자는 “경기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돈이 있다고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공급 과잉이 된다든지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미래가 불투명할 때는 이익 대비 투자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같은 외부 변수가 생기면 불확실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고려 대상이 많아져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2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비금융법인기업(민간기업+공기업)의 자금부족 규모가 2분기 1조3000억원으로 2004년 4분기(7000억원 부족) 이후 가장 적었다. 특히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기업만을 보면 자금사정은 오히려 3조8000억원 ‘잉여’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는 등 상장사의 영업실적이 좋아지며 내부유보가 생겼다”며 “또 설비투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자금부족 규모가 전분기보다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2분기 가계의 자금잉여는 30조1000억원에서 28조2000억원으로 2조원 가량 감소했다. 부채가 늘고 소비지출이 증가하며 자금 여유가 없어진 탓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한장희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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