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첫 종합대책이 나왔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0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이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해소하고, 성장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중견기업이 튼튼해야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복원이 가능하고 보고 있다.

중견기업계는 ‘중소기업 지원’과 ‘대기업 규제’로 이분화돼 있는 정책 때문에 중견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취약하다고 지적해왔다. 우리나라 중견기업은 2003년 876개사에서 2011년 1422개사로 늘었지만 여전히 전체 기업수의 0.04%에 불과하다.

이번 대책에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해도 주요 정책 지원은 유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매출 2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은 중소기업 졸업 이후 3년간 공공구매 시장에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고용유지·증가 기업의 투자세액 공제에 매출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 구간을 신설하고 현재 3년 평균 매출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에만 적용하던 R&D 세액공제(공제율 8%)를 매출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했다.

현재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세제·연구개발(R&D)·수출·금융 등 77개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는 반면 대기업과 같은 20개의 새로운 규제를 적용받는다. 중기청에 따르면 2006∼2011년 연평균 73개 중견기업이 규모를 줄여 중소기업 지위를 다시 획득했다.

중소기업 범위도 재조정한다. 그동안 근로자·자본금·매출액 지표 중 하나만 충족하면 중소기업으로 인정하는 ‘택일주의’를 적용해 기업이 근로자 수를 낮게 유지하는 등의 방법으로 중소기업으로 남을 수 있었다. 중기청은 자본금 지표를 폐지하고 매출액 지표만 적용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 졸업 유예는 최초 1회로 한정하기로 했다.

업계의 주요 관심사였던 가업승계에 대한 상속세 부담 완화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가업승계 상속공제 대상 범위를 매출 2000억원 이하에서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확대했지만 공제율이나 한도 확대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이번 방안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중견기업계도 기업가 정신을 더욱 발휘해 국가 경제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육성, 발전시키는 것이 성장사다리 정책의 핵심임에도 ‘예비 중견기업’이 아닌 ‘중견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중견기업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