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팬택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팬택과 채권단 모두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재의 위기가 장기화되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팬택 관계자는 25일 “현재 팬택은 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채권단도 같은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팬택이 박 부회장 사임과 전체 인원 30% 가량의 무급휴가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건 이대로 가면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위기가 더 불거져 수습이 힘들어지기 전에 사전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팬택은 지난해부터 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과 삼성 양강 구도 굳어지면서 팬택의 설자리가 점차 줄었기 때문이다. 해외 적자 분은 판매 호조를 보인 국내에서 보전하는 식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정부의 보조금 규제 강화로 국내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힘든 상황에 내몰렸다. 올해 기준으로 팬택의 매출 비중은 7대 3정도로 국내가 높다.

때문에 팬택은 조직을 재정비해 국내 시장에서 안정을 찾은 후 상황에 따라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전해졌다. 팬택이 회사 규모를 줄이는 상황에서 사후지원 부문은 오히려 늘리겠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해외 조직은 유지하되 손실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팬택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회사 운영을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월 판매량 목표를 20만대로 잡고 인력을 800명 감축하면 회사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와 같은 구조혁신이 모두 철저한 계산과 시뮬레이션 결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택은 24일 이준우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박 부회장 없이 혼자 회사를 이끌고 가야할 이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박 부회장은 사임이 결정되면 ‘자연인’ 신분으로 팬택의 미래 먹거리 발굴 작업 등에 참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