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날선 싸움을 벌이던 삼성과 LG가 잇달아 소송을 취하하고 화해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사는 디스플레이 특허, 에어컨 판매량, 냉장고 용량 등을 두고 소송을 불사하는 강경한 태도로 싸움을 벌여 왔다. 회사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그럼에도 양측이 화해를 선택한 것은 싸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특히 디스플레이 부분에서는 중국과 일본 업체들이 무섭게 추격을 하고 있다는 걸 체감하는 상황이라 싸움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중국, 일본 업체들보다 앞서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에서 기술격차를 더욱 벌이기 위해선 삼성과 LG가 갈등 관계를 청산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쪽이 이익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을 의식한 측면도 강하다.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경쟁이 소송으로 번지면서 “소비자들의 편익과 무관하게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아진 것이 삼성과 LG 모두에게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와 법원이 중재에 나서면서 분쟁을 계속할 명분을 잃게 됐다는 분석이다.

양사는 최근 몇 개월간 서로를 자극하는 언행을 자제하며 합의점을 찾는데 집중해 왔다. 상반기에는 OLED TV 출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는 듯 했지만 경쟁사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나 제품 경쟁에 매진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자존심 싸움이나 다름없는 분쟁을 지속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