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 소총의 아버지’ 칼라슈니코프 94세로 사망

‘AK 소총의 아버지’ 칼라슈니코프 94세로 사망

기사승인 2013-12-24 12:22:00


[쿠키 지구촌] 전 세계 사회주의 국가와 분쟁지역의 게릴라, 반군이 애용하는 ‘소총의 명품’ AK-47을 개발한 미하일 칼라슈니코프가 23일(현지시간) 94세를 일기로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는 러시아 중부 우드무르티야 자치공화국 수도 이제프스크의 한 병원에서 지난달부터 위장 출혈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AK 소총은 냉전시대로부터 6·25를 비롯한 대규모 전쟁이나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의 국지전과 게릴라전에서 어김없이 등장해 역사의 첨예한 승부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개인화기일 뿐이지만 전쟁과 분쟁사에 혁혁한 전과를 올린 AK 소총의 유명세만큼 이를 만들어낸 칼라슈니코프도 러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20세기 최대 발명품 중 하나로까지 꼽히는 이 총을 개발하기까지의 스토리도 영화 시나리오 못지않은 사연을 갖고 있다.

칼라슈니코프는 1919년에 시베리아 지역에서 농사를 짓던 농부의 17번째로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뒤 그는 19세 때 소련군에 징집돼 탱크부대에서 근무했다. 독일군과 교전 중 중상을 입고 병상에 누워있던 그는 옆에 있던 부상병들이 구식 소총에 불만을 터뜨리는 것을 듣고 새로운 총기를 개발할 것을 결심한다.

전쟁이 끝난 후 카차흐스탄 수도 알마티로 이주한 그는 모스크바 항공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던 1947년 AK-47을 개발했다.



AK-47이란 이름은 ‘자동소총 칼라슈니코프(Avtomat Kalashnikov)’의 앞머리 글자에 개발된 연도를 연결해 지은 것이다.

AK 소총의 최대 장점은 물에 젖거나 모래가 들어가도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해와 조립이 간단하며 제작비도 싸다. 심지어 진흙탕에 넣었다가 바로 발사해도 무리 없이 총알이 목표물을 향한다.

1949년 소련군의 표준화기로 채택된 이래 지금까지도 러시아군과 경찰의 기본 화기로 사용되고 있다.

총기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냉전시대를 거치며 공산진영과 자유진영을 대표한 AK 대 M16의 대결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자유진영에선 미국의 유진 스토너가 개발한 자동소총 ‘M16’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밀림이라는 특수한 전장에서 격돌한 베트남전에서 양 진영의 대표 소총의 특색이 드러났다.

공산진영의 베트콩은 정규훈련을 받지 못한 비정규군이 많았다, 따라서 특별한 기술이나 사전 지식이 필요 없는 AK 소총을 사용했으며 총기에 열악한 환경인 밀림에서 미군과 한국군을 지구력 있게 괴롭혔다.

반면 M16는 정확도는 뛰어나지만 숙련된 손길로 기름 바르고 청소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자주 고장이 나는 약점이 있었다. 특히 전장에 산재한 모래와 각종 이물질이 총신이나 탄피배출구에 들어가면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여서 군인들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자주 노출되기도 했다.

가혹한 환경에서도 꾸준히 활약하며 각광받은 AK 소총은 세계 각 지역에 맞게 수십 종의 변종으로 개발됐다.

이와 같은 AK 소총의 개발 공로를 인정받은 칼라슈니코프는 ‘사회주의 노동 영웅상’과 ‘스탈린상’ ‘레닌상’을 받았다. 구소련 개방 후인 1994년에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조국봉사 훈장을 수여받았다.

2009년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90회 생일을 맞은 칼라슈니코프에게 최고 영예인 ‘러시아 영웅’ 메달을 수여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에게 “당신이 전 러시아가 자랑스러워하는 국가브랜드를 개발했다”고 치하하기도 했다.

칼라슈니코프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소총이 범죄자들과 어린 병사들에 의해 사용되는 것에 대해 고통스럽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AK 소총이 반군과 범죄조직, 마약조직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괴로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2003년 독일의 우산 전문 업체인 MMI사에 칼라슈니코프 상표 사용권을 팔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정학 기자 mide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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