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그룹이 자구 노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을 1조10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3조3000억원 규모 자구안에서 3분의 1이 해결되는 셈이다.

현대상선은 12일 “우선협상대상자는 IMM인베스트먼트이며, 상반기 내 매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지난 6일 후보자 6곳으로부터 인수의향서를 제출받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매각하는 LNG 운송사업은 안정적인 현금 수입이 들어오는 알짜배기다. 한국가스공사와 2028년까지 장기운송계약이 맺어져 있다. 현대상선은 국내 LNG 수요의 약 20%인 730만t을 LNG 운반선 10척으로 수송해왔다.

회사 측은 LNG선 사업이 장부상 저평가돼 있어 사업 매각으로 대규모의 처분이익이 실현되고 재무구조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 사업을 잃게 되는 것이어서 장기적으로는 현대그룹에 독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상선은 이에 대해 “상당히 아쉽지만 재도약의 발판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앞으로 회사의 역량을 컨테이너와 벌크선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컨테이너 1만8097대를 팔아 563억원을, KB금융지주 주식 113만주를 처분해 465억원을 마련했다. 오는 7월까지 보유 중인 투자주식을 매각해 930억원을 조달하고 부산 남구 신선로 컨테이너 적재 부지를 팔아 700억원을 확보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자산 매각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1조4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이행하게 된다”면서 “앞으로 자구안 실행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그룹은 이밖에 현대증권·현대자산운용·현대저축은행 등 금융3사 매각으로 7000억~1조원을 마련하고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와 현대엘리베이터 유상 증자, 반얀트리호텔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추가 확보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