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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스포츠]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소치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다. 안현수는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우승했다. 이로써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다시 금메달을 수확했다. 플라워 세리머니 이후 열린 메달리스트들의 기자회견에서는 안현수에 대한 각국 언론의 질문이 집중됐다.
다음은 안현수의 일문일답.
- 토리노올림픽 이후 8년만에 금메달을 땄다. 경기 후 눈물을 흘렸는데,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1500m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는 (눈물을) 참았다. 금메달을 딴 뒤 기쁨을 누리고 싶었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참았다. 1위로 들어온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될 정도로 기뻤다. 이것(금메달) 하나 바라보면서 고생한 시간이 떠올랐다. 지난 8년간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힘든 시간에 대한 보답을 받은 것 같다. 정말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눈물이었다.”
- 러시아 동료와 함께 결승전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가졌는데 특별한 작전이 있었나?
“결승에서 같은 러시아 선수(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가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같이 메달을 따고 싶었다. 결과가 좋게 나와서 너무 기쁘다. 경기 전에 이런저런 작전을 이야기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상황이 바뀌게 된다. 동료와 함께 경기를 잘 펼친 덕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 경기가 끝난 후 한국 선수(신다운)와 포옹하던데, 어떤 의미인가?
“후배들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의미로 안았다. 올림픽을 위해 4년 동안 준비하면서 힘들지 않은 선수는 없다.”
- 8년만에 금메달을 땄는데, 어떻게 훈련했는가?
“나는 큰 부상을 한번 있었고, 지금도 무릎 통증이 있다. 그래서 내게 맞는 훈련을 하게 됐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종목도 단거리에 집중하게 됐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제 자신을 믿고 편한 마음으로 즐기자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
- 러시아의 첫 쇼트트랙 금메달을 땄다. 소감은?
“부상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내가 최대한 좋은 환경 속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러시아에 오게 됐다.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 오늘 이 자리가 내게는 너무나 의미있다. 선수들은 모두 결과로 보여주는 법인데, 목표를 이룰 수 있어서 기쁘다. 특히 나를 위해 노력해준 러시아 스태프와 팀 동료들에게 고맙다. 그도안 큰 힘이 되어줬다. 남은 계주에서 열심히 해서 다같이 금메달을 따고 싶다.”
- 오늘 받은 금메달의 의미는?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에서 4개의 금메달은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정말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금메달은 특별한 운석 금메달이라고 해서 더욱 욕심이 났다. 물론 이런 것은 막상 경기에서는 신경쓰지 않았다.”
- 쇼트트랙은 운이 크게 작용하는 종목인 것 같다. 특별히 경기 전에 행운을 비나?
“물론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주는 것이어서 누가 딸지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그 메달을 따기 위해서 선수들은 정말로 열심히 노력한다. 그날의 운 역시 선수들이 노력한 것에 대한 대가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기 위해 경기장에 들어간다.”
- 안현수가 러시아에 온 뒤 러시아 쇼트트랙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가 러시아에 왔을 때 이미 러시아 선수들 실력이 많이 향상된 상태였다. 제가 러시아 선수들에게 배우는 부분도 있고, 반대로 러시아 선수들이 제게 배우는 부분도 있다. 팀이 좋아져서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러시아에서 쇼트트랙에 대한 관심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 한국에서 최근 대통령까지 나와서 안현수의 귀화 과정을 조사하라고 했다. 그리고 안현수 본인은 러시아에서 영원히 살겠다고 했는데....
“이런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는데, 지금 다 얘기하지만 길다. 올림픽이 완전히 끝난 뒤 인터뷰를 열어서 제 생각을 다 말하겠다.”
- 귀화 과정에 대해서 한국 빙상의 파벌과 부조리 때문이라고 하는데...
“우선 내가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든 내 자신을 위해 새로운 환경을 택했다. 그리고 나로 인해 이런저런 안 좋은 기사들이 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런 기사가 후배들에게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후배들에게도 미안하다. 앞으로는 내가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그런 기사는 안나갔으면 좋겠다.”
소치=국민일보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