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10대 재벌 계열사 대다수가 올해도 한날한시에 정기 주주총회를 하기로 해 소액주주 및 기관의 의결권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기 주주총회일을 공시한 10대 그룹 소속 12월 결산 상장사 35곳 중 31곳(88.6%)이 3월 14일 오전에 주총을 연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 12곳은 이날 오전 9시 동시에 주주총회를 한다. 이에 따라 두 곳 이상의 삼성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은 주총에 참여하려면 한 곳만 선택해야 한다.

다른 그룹들도 상황은 비슷해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현대제철, 현대비앤지스틸 등이 3월 14일 오전 9시에 주주총회를 한다.

LG그룹의 경우 LG상사, LG생명과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하우시스, LG화학, 지투알 등 7개사가 이날 오전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LG디스플레이만 3월 7일로 주총 날짜가 다르다.

롯데와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두산 등 5개 그룹은 아직 계열사 정기 주총일을 공시하지 않았지만 예년 사례에 비춰보면 올해도 거의 한날 주총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재벌 그룹들이 ‘몰아치기’ 주총을 관행화함에 따라 사실상 소액주주 참여를 봉쇄한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액주주권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전자투표제 등이 마련됐지만 현행법상 권유사항이어서 이를 이용하는 기업이 사실상 전무하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불만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매니저 등 기관도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며 “몰아치기 주총은 그럴 여력을 빼앗아 정당한 주권 행사를 원천봉쇄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