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계 스포츠 사랑이 대한항공의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썰매 제작으로까지 이어져 화제다. 대한항공은 24일 한국체육대학교·성균관대학교·인하대학교 등 국내 대학 전문가들과 미국 남가주대(USC)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만들어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의 2·4인승 썰매 동체와 날을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BMW, 페라리, 맥라렌 등 세계적 자동차 제작사가 봅슬레이 썰매를 만든 적은 있지만 항공사가 썰매 제작에 뛰어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제작은 조 회장의 직접 지시에 의한 것이다. 현재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인 조 회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지내는 등 동계올림픽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썰매 제작은 지난달 소치올림픽 때 조 회장과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인 강광배 한체대 교수의 대화가 계기가 됐다. 강 교수가 “봅슬레이에서 메달을 따는 국가들은 자체 제작한 썰매가 있다”고 말하자 조 회장은 “한번 만들어 볼 테니 메달을 꼭 따야 한다”고 흔쾌히 제작을 수용했다.

실제 미국이나 독일 등 봅슬레이 종목에서 메달을 따는 국가들은 선수 개개인에 최적화된 썰매를 자체 제작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네덜란드에서 제작된 썰매를 사용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썰매 제작은 강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산학협력단이 설계·디자인·제작을 담당한 후 시제품을 한체대에서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음달 중 개발팀을 구성한 후 5월 이후 개발에 들어가 시제품을 만든다. 올해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1차 테스트를 통해 보완작업을 한 후 평창올림픽 직전까지 계속 업그레이드해 최종 완성품을 만들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항공우주 및 복합소재 제조기술을 썰매에 적용해 한 차원 높은 제품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썰매가 항공기 소재로 사용되는 탄소복합소재로 제작되고,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기역학이 필수라는 점에서 그간의 축적된 노하우가 빛을 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 교수는 “우리 기술로 만든 봅슬레이로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우리 스포츠 과학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