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본의 아니게 삼성전자의 ‘셀피(Selfie·자가촬용사진)’ 마케팅에 동원됐다.

미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인 데이비드 오티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갤럭시 노트3로 찍은 사진 한 장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본인 이름이 새겨진 레드삭스 유니폼을 들고 오티스와 활짝 웃으며 촬영에 임했다. 외신에는 두 사람이 갤럭시 노트3로 촬영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백악관은 해마다 월드시리즈 우승팀을 백악관으로 초청해왔다.

네티즌들은 이 사진을 4만번 이상 리트윗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오티스가 즉흥적으로 찍은 것으로 보였던 이 사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의 마케팅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모바일 미국 계정은 “빅 파피(오티스의 별명), 빅 셀피”라는 글과 같이 해당 사진을 리트윗했다.

보스턴글로브 온라인판은 오티스와 삼성전자가 백악관 방문을 앞두고 몇 달 전 스마트폰 등의 제품을 제공하는 조건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대통령과의 ‘셀피’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오티스는 “대통령이 함께 사진을 찍게 해줄지도 몰랐다. 마케팅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도 “레드삭스 선수들이 팬들과 사진을 공유하는 정도로 생각했지 대통령과의 사진은 계획하지 않았다”고 했다. 백악관은 양측이 계약한 사실을 몰랐다.

자국 대통령이 한국 회사의 마케팅에 활용된 데 대해 일부 미국 언론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블룸버그 뉴스위크는 “삼성전자가 오바마 대통령을 속였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에도 의도치 않게 마케팅에 활용됐을 때 대처했던 사례를 들며 “대통령 초상권은 백악관에서 전화 한 통만 하면 보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일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유명 진행자인 엘렌 드제너리스가 배우들과 함께 갤럭시 노트3로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320만번 이상 리트윗되며 화제가 됐다. 이 역시 삼성전자의 셀피 마케팅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