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공간의 시각적 공해까지 없앤 가장 군더더기 없는 공기청정기 같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LG전자의 ‘쉼표 공기청정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쉽표 공기청정기는 온통 직육면체 일색인 공기청정기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제품이다. 둥근 몸체에 뒷부분에 쉼표 기호와 같은 꼬리가 달린 예사롭지 않은 모양을 하고 있다. 출시되자마자 “디자인이 독특하고 깔끔하다”는 평가와 함께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내 LG전자 에어컨사업본부에서 쉼표 공기청정기 디자이너들인 유중길(43) 수석과 이상윤(38) 책임, 소일섭(30) 연구원을 만나 디자인 탄생 배경을 들어봤다.
쉼표 디자인은 공기청정기의 가장 기본 요소인 내부의 팬(fan) 모양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팬은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인 뒤 정화시켜 내보내는 작용을 한다. 유 수석은 “가장 군더더기 없는 형상을 구현하려고 했다.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한 곳에 일년내내 두기 때문에 시각적인 공해를 최대한 없애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효율적인 외관을 시각적 공해로 생각한 것이다. 이 책임은 “‘팬은 원형인데, 꼭 천편일률적인 사각형 모양이어야 할까. 또 덩치는 왜 그렇게 커야만 할까’를 생각했다”면서 “사각형의 공기청정기는 제품 상부 등 한 방향으로만 공기가 나가지만, 원형으로 만들었더니 원 둘레의 120도 각도로 공기가 드나들게 돼 효율성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했다.
쉼표 공기청정기라는 이름이 붙은 결정적인 이유는 ‘꼬리’ 때문이다. 이 꼬리는 동그란 제품을 굴러가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쉼표 모양을 의도했던 건 아니다. 소 연구원은 “둥근 구조에 가장 잘 맞고 깔끔해서 성능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했다”면서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마치 몸체에서 나온 꼬리 같은 지지대를 고안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새로운 모양을 적용하려니 내부 부품들도 새로 개발해야 했다. 공기청정기가 대부분 사각형이어서 부품도 거기에 맞춰 양산돼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제품을 개발하는 다른 팀과 마찰도 있었다. 이 책임은 “원형 필터를 시중에서 구할 수 없어 아예 필터 디자인을 새롭게 했다”고 귀띔했다.
필터에는 사용자에 대한 배려도 담겨 있다. 유 수석은 “필터는 지저분하고 만지기 싫다는 선입견이 많다”며 “하지만 쉼표 청청기의 필터는 먼지·초미세먼지·탈취 기능을 하는 필터를 각각 주황·노랑·초록색 적층형 링으로 만들어 화려한 색감과 조형미를 줬고, 필터 손잡이도 금방 알아볼 수 있게 눈에 띄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가전 제품의 가치가 변하면서 디자인 철학도 달라지고 있다. 유 수석은 “예전에는 가전이 노동을 대신하는 물건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가정의 문화를 형성하는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기청정기도 ‘공기를 깨끗하게 한다’는 일차원적인 의미가 아닌 ‘내 삶의 공간을 윤택하게 해준다’는 의미를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요즘 훨씬 더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이 빼어난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층이 형성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LG전자의 ‘쉼표 공기청정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쉽표 공기청정기는 온통 직육면체 일색인 공기청정기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제품이다. 둥근 몸체에 뒷부분에 쉼표 기호와 같은 꼬리가 달린 예사롭지 않은 모양을 하고 있다. 출시되자마자 “디자인이 독특하고 깔끔하다”는 평가와 함께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내 LG전자 에어컨사업본부에서 쉼표 공기청정기 디자이너들인 유중길(43) 수석과 이상윤(38) 책임, 소일섭(30) 연구원을 만나 디자인 탄생 배경을 들어봤다.
쉼표 디자인은 공기청정기의 가장 기본 요소인 내부의 팬(fan) 모양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팬은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인 뒤 정화시켜 내보내는 작용을 한다. 유 수석은 “가장 군더더기 없는 형상을 구현하려고 했다.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한 곳에 일년내내 두기 때문에 시각적인 공해를 최대한 없애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효율적인 외관을 시각적 공해로 생각한 것이다. 이 책임은 “‘팬은 원형인데, 꼭 천편일률적인 사각형 모양이어야 할까. 또 덩치는 왜 그렇게 커야만 할까’를 생각했다”면서 “사각형의 공기청정기는 제품 상부 등 한 방향으로만 공기가 나가지만, 원형으로 만들었더니 원 둘레의 120도 각도로 공기가 드나들게 돼 효율성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했다.
쉼표 공기청정기라는 이름이 붙은 결정적인 이유는 ‘꼬리’ 때문이다. 이 꼬리는 동그란 제품을 굴러가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쉼표 모양을 의도했던 건 아니다. 소 연구원은 “둥근 구조에 가장 잘 맞고 깔끔해서 성능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했다”면서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마치 몸체에서 나온 꼬리 같은 지지대를 고안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새로운 모양을 적용하려니 내부 부품들도 새로 개발해야 했다. 공기청정기가 대부분 사각형이어서 부품도 거기에 맞춰 양산돼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제품을 개발하는 다른 팀과 마찰도 있었다. 이 책임은 “원형 필터를 시중에서 구할 수 없어 아예 필터 디자인을 새롭게 했다”고 귀띔했다.
필터에는 사용자에 대한 배려도 담겨 있다. 유 수석은 “필터는 지저분하고 만지기 싫다는 선입견이 많다”며 “하지만 쉼표 청청기의 필터는 먼지·초미세먼지·탈취 기능을 하는 필터를 각각 주황·노랑·초록색 적층형 링으로 만들어 화려한 색감과 조형미를 줬고, 필터 손잡이도 금방 알아볼 수 있게 눈에 띄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가전 제품의 가치가 변하면서 디자인 철학도 달라지고 있다. 유 수석은 “예전에는 가전이 노동을 대신하는 물건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가정의 문화를 형성하는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기청정기도 ‘공기를 깨끗하게 한다’는 일차원적인 의미가 아닌 ‘내 삶의 공간을 윤택하게 해준다’는 의미를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요즘 훨씬 더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이 빼어난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층이 형성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