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9개 구단 가운데 포수 걱정이 적은 팀은 두산, 롯데, SK, 넥센, NC 정도다. ‘포수 사관학교’로 불리며 좋은 포수들을 배출해온 두산은 올해 양의지를 주전 안방마님으로 낙점했다. 롯데는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강민호를 4년간 75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통해 팀에 잔류시켰다. 다만 양의지가 올 시즌 타율 0.393으로 공격에서도 맹활약하는데 비해 강민호는 타율이 0.176으로 심각한 타격 부진을 겪고 있다.
SK는 트레이드설의 주인공 조인성 외에 정상호, 이재원 등 주전급만 3명이다. 2군에는 유망주 김정훈과 허웅이 대기하고 있어 당분간 걱정이 없어 보인다. 반면 넥센과 NC는 허도환과 김태군이 공격과 수비에서 지난해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이 부상으로 빠지면 대체 자원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LG, 한화, 삼성, KIA는 현재 포수 전력이 매우 불안하다. 삼성은 베테랑 진갑용과 지난해 주전급으로 올라선 이지영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하는 바람에 2년차 이흥련이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흥련은 포구·블로킹에서 큰 실수가 없지만 타율이 0.083으로 너무 부진하다. LG도 주전 윤요섭이 부상으로 빠져 조윤준과 최경철이 마스크를 썼지만 포구와 공격 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KIA는 김상훈과 차일목 두 베테랑 포수가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도루 저지율 0%에 무안타로 심각한 수준이다. 한화는 2012년 은퇴한 신경현 이후 주전 포수를 찾지 못해 이번 시즌 신인 김민수에게 중책을 맡겼다. 하지만 벌써 실책 2개를 범한데나 타율도 0.143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국내 구단들의 고질적인 포수난은 워낙 선수층이 얕기 때문이다. 포수는 투수 리드 뿐만 아니라 벤치의 작전 지시, 주자 견제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 게다가 10kg 넘는 장비를 몸에 걸치고 경기 중에 수없이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해야 한다.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와 충돌하거나 블로킹 등으로 부상 위험도 높다. 그래서 포수를 야구의 ‘3D’ 포지션으로 꼽기도 한다. 게다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포지션도 아니어서 아마추어 선수들은 포수를 지망하길 꺼리고 있다. 그리고 포수가 된 이후에도 수준급 선수가 되려면 어느 포지션보다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에 주전으로 육성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다. 눈에 띄는 신인 포수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이런 복잡한 사연이 깔려 있다.
하지만 포수는 야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포수가 흔들리면 팀 수비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포수 전력의 안정화는 어느 때보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올 시즌 프로야구의 순위를 가르는 핵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