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섬나라 마샬군도가 미국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조그만 섬나라 마샬군도가 미국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기사승인 2014-04-26 00:44:00
[쿠키 지구촌] 남태평양의 조그만 섬나라인 마셜제도. 하와이에서 남서쪽으로 2100㎞ 떨어진 이 나라는 5개의 주요 섬과 29개의 산호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인구는 7만명에 불과하다. 면적은 181㎢로 서울의 3분의 1도 안 된다.

그런데 이 조그만 섬나라가 미국을 비롯해 G2로 부상하는 중국, 러시아 등 초강대국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기로 했다. 무대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 AP통신은 24일(현지시간) 마셜제도가 핵무기 보유 9개국을 상대로 핵무기 감축 위반과 이에 따른 국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ICJ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마셜제도는 소장에서 냉전 종식 이후 핵무기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1만7000개 이상의 핵탄두가 있으며, 이 가운데 1만6000개를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송 대상은 프랑스, 영국,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북한도 포함해 9개국이다. 이와는 별도로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척 헤이글 국방부 장관, 국방부, 에너지부, 에너지부 산하 핵안보실 등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다.

마셜제도는 이들 핵무기 보유 9개국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대신 현대화하고 향후 10년간 1조 달러(약 104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핵무기 개발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유엔이 합의한 핵확산금지조약(NTP)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NPT는 미국을 비롯한 핵무기 보유 5개국에 대해서는 핵군축 노력을 하고 비핵보유국에 대해서는 핵무기나 기폭장치 등을 제조하지 않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마셜제도의 소송을 맡은 존 보러우 변호사는 “개별 국가가 핵보유국을 상대로 군축의무 위반을 이유로 소송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토니 데 브룸 마셜제도 외무장관은 “우리 국민은 핵무기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며 “지구상의 누구도 이런 경험을 다시 겪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셜제도는 핵무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바 있다. 마셜제도의 비키니와 에네웨탁 등 6개 섬에서는 1946년부터 1958년까지 12년 동안 미국이 모두 67번의 핵실험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주변지역은 아직까지도 방사능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마셜제도는 이번 소송을 통해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핵보유국들이 국제법의 의무를 준수하길 바라는 마음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와 여성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안 사린 에바디 변호사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이 약속을 어기고 세계를 위험에 빠지게 한데 대해 왜 그런지 질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미국을 비롯한 이스라엘 등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미 국무부는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이스라엘 외무부도 “우리는 소송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스라엘은 NPT 회원국이 아니다”고 말했다. 핵문제와 관련해 ICJ에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0년대에도 호주와 뉴질랜드가 프랑스에 대해 남태평양에서의 핵실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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