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국 피겨의 미래가 완전히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김연아 키즈’들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박세리 이후 세계 여자골프에서 ‘박세리 키즈’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처럼 피겨 역시 유망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훈련 환경이다. 유망주들은 급증했는데, 훈련할 수 있는 빙상장은 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연아가 유망주이던 시절보다 훈련 환경이 더 나빠졌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김연아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현재 유망주들은 빙상장을 빌리기 힘들어 이곳저곳을 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벽이나 심야 훈련은 기본이고, 이마저도 너무 많은 선수들이 공유하다 보니 부상 위험에도 쉽게 노출된다.
이 때문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한국에서 피겨 종목을 키우려면 전용 빙상장 건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연아는 후배들을 위해 피겨 전용 빙상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호소했다.
그러나 늘 예산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빙상장은 다른 경기장에 비해 건립과 운영, 유지 보수 등에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선뜻 나서는 지자체가 없다. 김연아가 중고교를 다닌 경기 군포시는 2006년 빙상장 건립을 추진하다 1300억원에 달하는 예산 때문에 포기했다. 서울시도 2010년 당시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 글로벌 홍보대사였던 김연아의 요청을 받아들여 피겨 전용 빙상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예산 때문에 계획을 백지화했다.
김연아 이후 한국 피겨는 피겨 전용 빙상장 건립 여부에 존망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지자체에 떠넘기지 말고 국가 차원에서 빙상장 건립을 추진해야할 때다. 뜻을 모으면 ‘제 2의 김연아’를 키워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