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첫 '총리 해임'… 정국 격랑 속으로

태국 첫 '총리 해임'… 정국 격랑 속으로

기사승인 2014-05-08 01:36:00
[쿠키 지구촌] 태국 헌법재판소가 7일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에 대해 제기된 권력남용 혐의를 인정해 잉락 총리와 9명의 각료에 대한 해임을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부터 계속된 태국의 정국 혼란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잉락 총리를 지지하는 친 정부 시위대가 헌재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오는 7월로 예정된 총선 재실시 여부도 불투명해지는 등 권력 공백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해임 결정 이유는=차룬 인타찬 헌재 재판소장은 전국에 TV로 중계된 재판을 통해 “잉락 총리가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했다”며 “9명의 재판관은 만장일치로 잉락 총리의 해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헌재는 잉락 총리 외에도 9명의 각료에 대해서도 권력 남용혐의를 인정해 해임 결정을 내렸다.

잉락 총리의 경우 2011년 야권으로 분류되는 타윈 플리안스리 전 국가안보위원회(NSC) 위원장을 다른 곳으로 인사조치한 것이 권력남용에 해당된다는 혐의를 받았다. 잉락 총리는 6일 헌재에 출석해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며 “어떤 법 위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플리안스리 전 NSC위원장의 인사조치가 총리로서 인사권을 행사한 것으로 자신이나 집권 푸어타이당이 이득을 본 것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잉락 총리가 해임되거나 탄핵당할 경우 친 정부 진영은 대대적인 반대 시위를 벌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들은 2010년에도 반 탁신 민주당 정권에 대항하는 시위를 두 달 여간 벌였다. 반정부 시위대 역시 지난 5일부터 시위를 재개한 상황이라 양 진영간의 유혈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득권층의 계속된 저항이 낙마원인?=헌재의 이번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법관과 고위관료 등 기득권 계층으로 대표되는 반 탁신 세력은 헌재를 비롯해 국가반부패위원회(NACC)와 대법원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2006년 군부쿠데타 이후 친 탁신세력 견제를 위해 이들 독립기관의 권한은 대폭 강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와 잉락 총리를 비롯한 탁신가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헌재는 지난 3월에도 반정부 시위대의 반대 속에 파행적으로 치러진 조기총선을 무효라고 결정해 잉락 총리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가했다. 이 때문에 태국 정부와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7월20일 재선거를 실시키로 했었다. 하지만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7월로 예정된 총선 역시 제대로 치러질지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헌재는 2007년 5월에도 잉락 총리의 친오빠였던 탁신 전 총리가 집권하던 시절 여당인 타이락타이당(TRT)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해체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탁신 전 총리와 111명의 TRT소속 고위 당원의 정치활동이 5년간 금지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NACC 역시 잉락 총리에 대해 쌀 수매 정책과 관련해 대규모 재정 손실을 초래했다며 업무 방기혐의로 조사를 하고 있다. 해임 결정이 아니더라도 여기서 혐의가 인정되면 잉락 총리는 상원의 탄핵투표에 직면할 상황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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