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올해 출시 예정이던 전기자동차 2종이 다 나왔다. 기아자동차 쏘울EV가 지난달 10일, BMW i3가 지난달 24일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전기차는 모두 6종. 출시의 사전적 의미가 ‘상품이 시장에 나옴’이므로 이제 거리에서 차를 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주위에서 전기차를 봤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 시내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울에 사는 평범한 사람이 전기차를 구입해 몰고 다닐 수 있을까.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모’ 아니면 제값 주고 사야=서울에서 전기차를 사는 것이 힘들지는 않다. 각 업체의 전시장에 가서 계약하면 된다. 단 제값을 다 줘야 한다. 쏘울EV는 4250만원, BMW i3는 6400만원(고급형 ‘솔’ 모델)에 이른다. 똑같은 차를 제주도에서 각각 1950만원과 4100만원에 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제주도의 경우 정부 보조금(1500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800만원)을 지원하는 ‘전기차 보급을 위한 공모’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은 이런 공모를 하지 않는다. 대신 ‘카 셰어링’ 중심의 전기차 정책을 펴고 있다. 카 셰어링은 집과 가까운 곳에서 시간 단위로 차를 빌리는 것이다. 전기차 공모를 하는 제주도, 부산, 광주, 창원 등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전기차를 사려면 모두 제값을 치러야 한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일단 올해까지로 예정돼있다. 내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과 분담금을 부담하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시행해 전기차 구매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저탄소차 협력금제가 순조롭게 도입될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올해 보조금도 무한정은 아니고 약 1000대 분량만 예산이 잡혀 있다.
그래도 전기차를 몰아보겠다며 차를 계약했다면 이번에는 충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공공 충전시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찾기 쉽지 않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집에 충전 설비를 갖추는 일이다. 전기차라고 해서 가정용 220V 콘센트에 충전코드를 그냥 꽂아 쓰는 것은 아니다. 일부 차에서 가능하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비상용일 뿐이다. 누진제에 따른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고 화재 위험도 있다. 정수원 BMW코리아 매니저는 8일 “220V 충전이 가능하지만 차에 무리가 갈 수 있어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쏘울EV는 220V 충전 기능을 아예 넣지 않았다.
◇전기공사를 해야 전기차 요금제 적용=집에 충전 설비를 갖추려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전기공사이고, 다른 하나는 충전기(완속)를 사는 일이다. 전기공사를 하는 이유는 누진제가 없는 ‘전기자동차 충전전력요금’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한국전력공사는 2010년 전기차 요금제를 신설했다. 라홍욱 한전 배전계획처 차장은 “전기 공사를 해서 전력선을 집으로 끌어온 뒤 계량기를 따로 달아야 전기차 요금제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전력선을 끌어올 때 한전에 ‘표준시설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일종의 가입비다. 공중에서 선을 끌어오면 22만원, 지중에서 끌어오면 53만원이다.
충전기는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완속충전기 한 대당 400만~500만원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충전기는 우리가 제작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아차는 충전기 제작 업체와 구매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만 한다.
충전기 비용과 전기공사 비용, 표준시설 부담금 등을 모두 합치면 700만~800만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자체 공모로 전기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완속충전기 설치비용 700만원을 지원해준다. 이 역시 올해까지만 1000대 범위 안에서 지원된다. 박연재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지금은 전기차 보급 초기 단계라 지원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자동차 업체가 차와 함께 충전기를 제공하게 하고, 정부는 급속충전기 설치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와 함께 충전기를 판매하는 업체는 BMW코리아다. 이 회사는 i3를 출시하면서 ‘i 전용 가정용 충전기’(i월박스·iWallbox)를 내놨다. 3시간 만에 완전충전이 가능한 일종의 완속충전기로 전기차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 전기공사에 관한 상담도 제공한다. 정수원 매니저는 “충전기와 전기공사를 포함해 설치에 드는 전체 비용을 300만~350만원으로 보고 있다”면서 “매달 9만~10만원씩 3년간 리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완속충전기를 설치하려면 1~2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관리사무소 허가, 입주자 대표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전기요금을 아파트 공용으로 부담할지 전기차를 쓰는 개인이 낼지도 결정해야 한다.
◇전기차 요금에도 기본료 있어=전기차를 몰면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게 ‘상식’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BMW코리아는 i3를 출시하면서 1회 충전에 1330원이 든다고 밝혔다. 어디까지나 평균 요금이다. 전기차 요금도 일반 전기요금과 마찬가지로 계절·시간대별로 다르다. BMW코리아는 봄·가을 중간부하 시간(오전 9~10시, 정오~오후 1시, 오후 5~11시)대 ㎾h당 전기차 요금인 70.5원에 배터리 용량 18.8㎾h를 곱해 1325.4원이라는 숫자를 얻었다. 전기 값이 싼 심야에 충전하면 이보다 요금이 낮아지겠지만 여름·겨울 피크 시간에 충전하면 몇 배 더 비싼 요금을 내야 한다.
i3의 1회 충전거리는 국내인증 기준으로 132㎞다. 한 달 평균 250㎞를 주행하는 사람이면 2차례만 충전하면 된다. 그렇다고 한달 요금이 1330원의 2배인 2660원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 요금제에도 휴대전화 요금제처럼 기본료가 있다. 전기차 요금제의 계약전력이 7㎾이고, ㎾당 요금은 2390원이므로 기본료는 1만6730원이다. 한달에 2차례만 충전해도 기본료에 2660원을 합친 1만9390원을 내야 한다. 차를 많이 몰지 않는 사람에게 연료비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서울에서 전기차를 보유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과 절차가 필요한 일이다. 이 때문에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각 업체 홍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서울에서 전기차를 등록한 개인은 없다. 주목할 점은 지자체 공모를 거치지 않고 BMW i3를 사전계약한 사람이 100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BMW는 전국 이마트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자체적으로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MW는 유럽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한 뒤 전기차를 들여왔다”면서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업체도 실제 전기차 이용이 가능하도록 인프라 구축에 돈을 더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공모’ 아니면 제값 주고 사야=서울에서 전기차를 사는 것이 힘들지는 않다. 각 업체의 전시장에 가서 계약하면 된다. 단 제값을 다 줘야 한다. 쏘울EV는 4250만원, BMW i3는 6400만원(고급형 ‘솔’ 모델)에 이른다. 똑같은 차를 제주도에서 각각 1950만원과 4100만원에 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제주도의 경우 정부 보조금(1500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800만원)을 지원하는 ‘전기차 보급을 위한 공모’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은 이런 공모를 하지 않는다. 대신 ‘카 셰어링’ 중심의 전기차 정책을 펴고 있다. 카 셰어링은 집과 가까운 곳에서 시간 단위로 차를 빌리는 것이다. 전기차 공모를 하는 제주도, 부산, 광주, 창원 등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전기차를 사려면 모두 제값을 치러야 한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일단 올해까지로 예정돼있다. 내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과 분담금을 부담하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시행해 전기차 구매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저탄소차 협력금제가 순조롭게 도입될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올해 보조금도 무한정은 아니고 약 1000대 분량만 예산이 잡혀 있다.
그래도 전기차를 몰아보겠다며 차를 계약했다면 이번에는 충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공공 충전시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찾기 쉽지 않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집에 충전 설비를 갖추는 일이다. 전기차라고 해서 가정용 220V 콘센트에 충전코드를 그냥 꽂아 쓰는 것은 아니다. 일부 차에서 가능하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비상용일 뿐이다. 누진제에 따른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고 화재 위험도 있다. 정수원 BMW코리아 매니저는 8일 “220V 충전이 가능하지만 차에 무리가 갈 수 있어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쏘울EV는 220V 충전 기능을 아예 넣지 않았다.
◇전기공사를 해야 전기차 요금제 적용=집에 충전 설비를 갖추려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전기공사이고, 다른 하나는 충전기(완속)를 사는 일이다. 전기공사를 하는 이유는 누진제가 없는 ‘전기자동차 충전전력요금’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한국전력공사는 2010년 전기차 요금제를 신설했다. 라홍욱 한전 배전계획처 차장은 “전기 공사를 해서 전력선을 집으로 끌어온 뒤 계량기를 따로 달아야 전기차 요금제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전력선을 끌어올 때 한전에 ‘표준시설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일종의 가입비다. 공중에서 선을 끌어오면 22만원, 지중에서 끌어오면 53만원이다.
충전기는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완속충전기 한 대당 400만~500만원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충전기는 우리가 제작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아차는 충전기 제작 업체와 구매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만 한다.
충전기 비용과 전기공사 비용, 표준시설 부담금 등을 모두 합치면 700만~800만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자체 공모로 전기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완속충전기 설치비용 700만원을 지원해준다. 이 역시 올해까지만 1000대 범위 안에서 지원된다. 박연재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지금은 전기차 보급 초기 단계라 지원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자동차 업체가 차와 함께 충전기를 제공하게 하고, 정부는 급속충전기 설치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와 함께 충전기를 판매하는 업체는 BMW코리아다. 이 회사는 i3를 출시하면서 ‘i 전용 가정용 충전기’(i월박스·iWallbox)를 내놨다. 3시간 만에 완전충전이 가능한 일종의 완속충전기로 전기차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 전기공사에 관한 상담도 제공한다. 정수원 매니저는 “충전기와 전기공사를 포함해 설치에 드는 전체 비용을 300만~350만원으로 보고 있다”면서 “매달 9만~10만원씩 3년간 리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완속충전기를 설치하려면 1~2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관리사무소 허가, 입주자 대표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전기요금을 아파트 공용으로 부담할지 전기차를 쓰는 개인이 낼지도 결정해야 한다.
◇전기차 요금에도 기본료 있어=전기차를 몰면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게 ‘상식’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BMW코리아는 i3를 출시하면서 1회 충전에 1330원이 든다고 밝혔다. 어디까지나 평균 요금이다. 전기차 요금도 일반 전기요금과 마찬가지로 계절·시간대별로 다르다. BMW코리아는 봄·가을 중간부하 시간(오전 9~10시, 정오~오후 1시, 오후 5~11시)대 ㎾h당 전기차 요금인 70.5원에 배터리 용량 18.8㎾h를 곱해 1325.4원이라는 숫자를 얻었다. 전기 값이 싼 심야에 충전하면 이보다 요금이 낮아지겠지만 여름·겨울 피크 시간에 충전하면 몇 배 더 비싼 요금을 내야 한다.
i3의 1회 충전거리는 국내인증 기준으로 132㎞다. 한 달 평균 250㎞를 주행하는 사람이면 2차례만 충전하면 된다. 그렇다고 한달 요금이 1330원의 2배인 2660원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 요금제에도 휴대전화 요금제처럼 기본료가 있다. 전기차 요금제의 계약전력이 7㎾이고, ㎾당 요금은 2390원이므로 기본료는 1만6730원이다. 한달에 2차례만 충전해도 기본료에 2660원을 합친 1만9390원을 내야 한다. 차를 많이 몰지 않는 사람에게 연료비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서울에서 전기차를 보유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과 절차가 필요한 일이다. 이 때문에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각 업체 홍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서울에서 전기차를 등록한 개인은 없다. 주목할 점은 지자체 공모를 거치지 않고 BMW i3를 사전계약한 사람이 100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BMW는 전국 이마트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자체적으로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MW는 유럽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한 뒤 전기차를 들여왔다”면서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업체도 실제 전기차 이용이 가능하도록 인프라 구축에 돈을 더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