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행동하면 한 대 맞을 것”=신화통신은 9일 외교부 변경해양사무사 이셴량 부국장과 남중국해에서 석유시추공사를 진행 중인 중하이 유전의 리융주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베트남에 대해 작업방해 중단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부국장은 “베트남은 무장선박을 포함한 35척을 파견해 중국 선박을 고의로 171차례나 충돌했다”며 “베트남의 방해 행위에 부득이 현장 안보역량을 강화해 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강력한 해군력을 추가 배치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은 무력을 추가 동원하겠다는 위협 외에도 외교력을 동원한 전방위 압박도 가하고 있다.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6일 팜 빙 밍 베트남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양국 관계 악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양국은 파라셀 군도(베트남명 호앙사, 중국명 시사군도)에서 대치를 계속했다. 베트남 연안경비대는 8일 “분쟁도서 주변 상황은 양측 선박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과 중국 간의 갈등도 험악해지고 있다. 인민해방군의 인줘 해군 소장은 8일 중국 국영 CCTV에 나와 “필리핀이 중국 어민을 억류하고 폭력으로 대처하면서 1980년부터 지금까지 25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다”며 “필리핀이 계속해서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언젠가는 중국군에 한 대 맞을 것이며 그 고통은 죽을 만큼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 해경은 6일 스프래틀리 군도 하프문섬 앞바다에서 중국 어선 1척을 나포했다면서 이 어선에는 포획이 금지된 바다거북 500마리가량을 발견됐다고 밝혔다. 바다거북은 필리핀 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어종으로 필리핀은 어선에 탑승한 어민 11명을 기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당초 이달 중순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지역인 센카쿠 열도 부근에서 열릴 예정이던 중·러 ‘해상협력-2014’ 훈련 장소가 남중국해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중국해 시추는 다목적 포석=베트남과의 갈등 원인이 됐던 석유시추는 영유권 분쟁 지역에 대한 베트남의 방어 역량과 의지를 시험하고 미국의 대응을 떠보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순방을 마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공세를 비난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시추활동 자체가 장기적인 석유탐사 프로그램 일환인데 굳이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끝난 직후 작업에 나선 것은 이런 점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일 미얀마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담이 영유권 분쟁에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베트남과 필리핀이 모두 회원국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남중국해 분쟁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남중국해 분쟁을 계기로 베트남과 필리핀은 물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까지 포함된 반중(反中)진영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FP)는 전망했다. 이와 관련 허버트 칼라일 미국 태평양 공군사령관은 중국이 남중국해에도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