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이건희 섬성그룹 회장은 ‘골든타임’에 이뤄진 빠른 응급처치 덕분에 큰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이 회장은 평소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용산구 이태원로 자택 인근에 있는 순천향대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강남구의 삼성서울병원까지 가기엔 시간이 촉박했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10일 오후 10시56분 순천향대병원에서 기도 확보를 위한 기관지 절개 및 삽관 시술과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호흡곤란에 이어 심장마비 증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심폐소생술은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때 인공적으로 혈액을 순환시키고 호흡을 돕는 응급치료법이다. 혈액을 순환시켜 뇌의 손상을 늦추고 심장이 마비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다. 심장마비가 오면 온몸에 혈액을 보내지 못해 사망하거나 심각한 뇌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뇌는 혈액 공급이 4~5분만 중단돼도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응급처치를 마친 이 회장은 11일 오전 0시15분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고 심장혈관을 넓히는 심장혈관성형(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심장에 있는 혈관이 막혀 혈액을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는 것이 심근경색이다. 의료계에서는 심근경색 발생 후 4~6시간 이내 응급처치가 생사를 결정한다고 본다. 이른바 ‘골든타임’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당초 이 회장의 건강상태에 관한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지만 특별히 우려할 상황이 없다고 판단해 취소했다. 대신 참고자료를 내고 후유증이 예상되거나 향후 집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순천향대병원에서 초기 응급 치료를 매우 잘 했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시행한 시술도 성공적이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뇌 손상 여부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의료진은 시술을 받을 때 사용한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 장치)를 조만간 제거할 예정이다. 다만 퇴원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이 회장은 흉부외과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에 입원한 일부 환자와 가족들은 1층 로비에 있는 TV를 통해 이 회장 입원 소식을 접하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이 회장은 1990년대 말 폐 부근 림프절에서 암세포가 발견돼 수술을 받았다. 정기적 검진과 함께 겨울철을 따뜻한 곳에서 보내라는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해마다 연말에는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 건강을 관리했다. 올해도 1월부터 3개월간 해외에 머물렀다.

그동안 이 회장은 몇 차례 호흡기 관련 질환을 앓았다. 지난해 8월 감기가 폐렴으로 번지면서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 이 회장은 퇴원 후 대외활동을 재개해 건강이상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2009년 초에도 기관지염으로 나흘간 입원했다. 2008년 검찰수사를 받을 때는 저혈당 피로증을 호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