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타고투저 속에서도 국내 왼손 선발투수의 활약이 눈부시다.
15일까지 평균자책점 10위 안에 든 국내 투수 5명 중 4명이 왼손 투수다. KIA 타이거스 왼손 투수 양현종이 2.60으로 평균자택점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고, 유희관(2.91·두산 베어스) 5위, 유창식(3.00·한화 이글스)과 장원준(3.12·롯데 자이언츠)이 6·7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왼손 투수 4명의 공통된 특징은 우타자 승부에 강하다는 점이다. 왼손 투수는 타자보다 오른손 타자에 약하다는 통념을 무색케하고 있다.
양현종은 좌타자를 상대로 한 피안타율이 0.233이지만 우타자 피안타율도 0.240으로 이에 못지 않다. 시속 150㎞의 빠른 공을 갖춘 양현종은 직구로 우타자 몸쪽을 찌르고,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 양현종은 16일 “우타자의 바깥쪽 공략이 성공하는 날, 경기가 잘 풀린다”고 말했다.
반면 공이 느린 유희관은 바깥쪽으로 휘는 싱커를 우타자용 주무기로 사용한다. 유희관은 우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올해부터 3루쪽 또는 중앙 투구판을 밟고 던진다. 우타자가 왼손 투수의 손을 보는 시간을 줄이고,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보기 위해서다. 유희관의 올 시즌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02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0.263)보다 좋다.
장원준은 상무 야구단에서 우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체인지업을 가다듬고,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했다. 장원준의 슬라이더는 국내 최정상급이다. 포심 패스트볼보다 구속이 조금 떨어지지만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어가는 투심을 장착하고, 프로야구 1군에 복귀하면서 더 큰 힘을 얻었다. 입대 전인 2011년 우타자 피안타율 0.286로 고전했던 장원준은 올해 우타자 피안타율을 0.225로 낮췄다.
평균자책점 11위와 12위도 왼손 투수 장원삼(4.03·삼성 라이온즈)과 김광현(4.11·SK 와이번스)이다.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0.300인 장원삼은 투구판을 1루쪽으로 밟으며 우타자 바깥쪽 승부를 준비했고, 우타자 피안타율 0.272로 고전중인 김광현은 투심을 가다듬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