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자의 호갱탈출] “등산복, 형만한 아우 없다?”

[난 기자의 호갱탈출] “등산복, 형만한 아우 없다?”

기사승인 2015-01-17 07:00:55

지난해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매출 실적이 하나둘 공개되고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한 후발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고공 성장을 이뤘네요. 반면 Top10에 랭크된 아웃도어 브랜드를 형으로 둔 세컨브랜드들은 성장은 했지만 애초 목표치 달성에는 실패했습니다.

전통적인 등산복 스타일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이 각광받으면서 디스커버리, 빈폴아웃도어, 머렐 등이 인기가 좋았습니다. 디스커버리, 빈폴아웃도어는 나란히 1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네요. 전년 대비 성장률이 각각 240%, 163%라니 놀랍습니다. 전 세계 판매량 1위인 아웃도어 신발에 초점을 맞췄던 머렐도 올해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표방하면서 전년대비 매출이 130% 성장해 12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밀레의 세컨브랜드 엠리밋은 지난해 목표치를 500억으로 잡았지만 400억에 머물렀고, 블랙야크의 세컨브랜드 마모트는 목표를 400억원으로 잡았지만 300억원에 그쳤습니다. 네파의 세컨브랜드 이젠벅은 300억원을 목표로 했지만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네요. 론칭과 함께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TV 광고를 하는 등 잘나가는 형에 못지않게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은 것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지요. 해당 브랜드 관계자는 이런 결과에 “부정적인 사회적 이슈가 많아서 전반적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업계 타브랜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론칭한 후발주자들이지만 이렇게 성적에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매장 수의 차이입니다. 지난해 매장 수를 보면 디스커버리는 135개, 빈폴아웃도어 120개, 머렐은 190개인데 엠리밋은 65개, 마모트 78개, 이젠벅은 60개뿐입니다. 디스커버리와 빈폴아웃도어, 머렐이 공격적으로 유통망 확장에 나설 때 세컨브랜드들은 이를 쫓아가지 못했던 거지요. 결과적으로 유통망 확장에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1년마다 모델이나 슬로건이 바뀌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탓도 큽니다. 엠리밋은 jyj에서 임시완으로 모델을 바꾸면서 슬로건인 ‘새로운 아웃도어 세대의 창출’이 아니라 ‘새로운 아웃도어 모델의 창출’을 보여줬습니다. 마모트는 박형식을 모델로 ‘아메리칸 마운틴 슈트’라는
슬로건을 밀다 지난해 소지섭으로 교체하고 ‘서바이벌 기어’라는 타이틀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이젠벅은 초창기 ‘아웃도어 스포츠웨어’라는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아웃도어도, 스포츠도 아닌 경계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다 지난해부터 ‘합리주의 데일리 아웃도어’를 내세우고 있지요.

게다가 기존 브랜드와 타깃층도 겹치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보통 세컨브랜드는 2535세대를 겨냥하는데 기존 브랜드가 캐주얼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거나 젊은 모델을 기용했던 겁니다. 밀레는 모델을 문채원, 하정우에서 탑과 박신혜로 교체했습니다. 블랙야크는 조인성과 별도로 ‘워크핏 시리즈’에 아이돌 그룹 갓세븐을 모델로 기용했으며, 젊은층을 겨냥한 네오수트 라인도 출시했지요. 네파도 캐주얼 라인을 강화해 주력 제품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옛말에 ‘형만한 아우없다’는 말이 있지요. 기존 브랜드의 후광을 업기는커녕 잘나가는 형들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든 가 봅니다. 장사가 잘 된다고 우르르 시작했지만 이제는 브랜드 철학과 방향성을 고민해 볼 때지요.

김 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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