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봉이 김선달’과 오비맥주

[봉기자의 호시탐탐] ‘봉이 김선달’과 오비맥주

기사승인 2015-01-20 07:04:55

봉이 김선달은 조선 후기의 풍자적인 인물에 관한 설화입니다. 이 설화는 재사(才士) 김선달이 자신의 경륜을 펼치기 위해 서울에 왔다가 차별정책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자, 양반 상인 종교인 등을 기지로 골탕먹이는 등의 여러 일화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닭을 ‘봉(鳳)’이라고 속여 이득을 봤다 해서 봉이 김선달이라고 불리게 됐고,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이야기도 유명하지요. 그래서 현대에 이르러서는 희대의 사기꾼을 일컫어 ‘봉이 김선달’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사람도 아닌 한 유명 주류회사가 봉이 김선달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19일 경기도의회 한 도의원의 주장 때문입니다. 이미 보도가 된바와 같이 도의회 양근서(새정치민주연합·안산6)의원은 오비맥주가 남한강 물을 취수해 36년간 맥주를 만들면서도 사용료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습니다.

내용인즉, 오비맥주는 하천점용 허가 및 하천수 사용허가를 받아 1979년부터 이천공장에서 18㎞ 떨어진 여주 남한강 물을 끌어와 맥주 제조에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비맥주가 수십년 사용해온 물값은 지난해 취수량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하천수사용료는 허가량 기준으로 한해 6억4000만원, 사용량 기준 2억2000만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1979년이니까, 꼬박 36년이면 허가량 기준으로 봤을 때는 230억원이 넘고, 사용량 기준으로는 79억원의 물 값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오비맥주 측에선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오비맥주이천공장의 경우 과거 충주댐 건설(1986년) 이전에 취수를 시작했기 때문에 사용료 면제를 받아왔고, 이후에도 그 지역 식수관리 및 시설관리에 해마다 십수억원의 유지보수 비용을 투입해 지역에 공헌한 면도 많다는 겁니다. 또 고의성이 없다는 면에서 너무 한쪽 입장만 들어 문제시 말아달라는 겁니다.

오비맥주 입장에선 충분히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물을 끌어다 쓴 맥주회사 입장에선 아무리 그 지역 발전에 공헌을 했어도 물 값을 내지 않아도 될까? 하는 생각 정도는 해봤을 텐데, 아쉽네요.

오비맥주 측에선 공공 상수도가 모자라, 시설투자를 해서 전용상수도를 사용한 것이 ‘공짜’ 물로 비쳐질 우려가 있습니다. 또 인재(人災) 때문이라면 할말이 없지요. 공무원들이 징수를 잘못한 거니까요. 그렇다고 36년간 사용한 물 값을 납부하라고 하기도 애매합니다.

이번 논란으로 봉이 김선달에 대해 연구해놓은 논문을 뒤적거려봤더니,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알려진 것처럼 아주 나쁜 분은 아니더군요. 봉이 김선달은 조선시대 당시 술과 풍류를 즐길 줄 아는 건달이었다고 합니다. 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하고요. 대동강물을 팔아 모은 돈도 대부분 서민들에게 나눠줬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꾀를 내어 사기를 쳤지만, 사람들에게 사기친 돈을 나눠줌으로써 도의적인 책임을 진 것입니다. 물론 정확하진 않습니다만.(설화에 대한 연구임을 감안해주세요^^)

오비맥주가 그 지역의 공헌에 힘써 물 값을 변제 받았을지라도, 그로 인해 이익을 본만큼 의리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도의적 책임을 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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