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담배·우유 너희들 요즘 힘들지?” 외국산에 옴짝달싹 못하는 국산

[봉기자의 호시탐탐] “담배·우유 너희들 요즘 힘들지?” 외국산에 옴짝달싹 못하는 국산

기사승인 2015-02-03 02:30:55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정부가 담뱃값을 올린 이후 국산 담배의 점유율이 외국산 담배에 밀려 50% 아래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달리 말하면 필립모리스 BAT(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 등 외국산 담배회사의 물량 공세에 국산 KT&G의 점유율이 50% 아래로 하락한 것인데, 1986년 이후 2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번 조사의 통계는 일부 편의점의 1월 한 달 매출 기준으로 한 것이라 다소 객관성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일반 슈퍼보다 편의점에서 담배 판매량이 많기 때문에 아주 부정확한 자료는 아닌 듯 합니다. 단적으로 외국산 담배의 소비량이 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KT&G는 43.2%, 필립모리스 BAT코리아 JTI(저팬토바코인터내셔널)이 각각 24.4%, 23.4%, 9.0%로 외국산 담배들이 뭉치면 점유율은 총 56.8%로 KT&G보다 13.6%포인트나 앞섭니다.

국산담배의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는 외국산 담배의 가격 장난질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지난주였지요. BAT코리아의 1000원 갑질에 대해 신나게 비판을 했습니다. 그 결과를 보니, 일단 BAT코리아를 비판하든 말든 간에, BAT코리아는 점유율이 올라 소정의 성과를 달성한 것처럼 보입니다. 외국산 1위 필립모리스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으니까요. 조만간에 ‘던힐’로 외국산 중 업계 1위에 오를 것처럼 기세도 대단합니다. 점유율이 높다고 매출도 높은 것은 아니나, 가격 장난질로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둔 모양새는 분명합니다.

KT&G 입장에선 일단 점유율에선 실패입니다. 29년만의 굴욕을 맛봤으니까요.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이제 겨우 한달 지났는데… 라는 생각이 더 클 겁니다. 사실 KT&G도 IMF 당시 민영화되는 바람에 현재 51%가 외국인이 주주로 돼 있습니다. 물론 한 갑당 담뱃세는 3318원이니, 세수에 가장 큰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주주회사는 주주들에게 배당을 해주기 때문에 어찌됐든 주식수가 많은 외국인들에게도 수익금의 일부가 돌아갑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생겼지요. 국산 담배 펴봐야 애국하는 것은 옛말이라고요. 실질적으로 국산담배를 구매해줘 봐야 외국인들만 배불릴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고 보니 외국산 담배도, 국산담배도 피워봐야 외국인들 좋은 일시키는 격이라니, 씁쓸한데요.

그건 그렇고 여하튼, 점유율을 높이려고 가격 장난질을 친 BAT코리아와 같은 외국담배회사가 싼 가격에 인기 없는 담배를 땡처리(?) 한 후 한다는 행동이 다시 담뱃값을 4500원 수준으로 높였다는 것입니다. 신제품이라는 미명하에 리뉴얼을 단행했다는 건데, 보통 식품 업계에선 가격을 올리는 제품 리뉴얼을 했을 때 언론의 무지막지한 지탄을 받습니다. 무늬만 살짝 바꾸고, 가격을 올렸다는 비난 일색이지요. 헌데 BAT코리아의 경우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 같습니다. 비난 여론 일색이지만 그저 가만히 있습니다. 왜냐고요? 꼼수를 부렸으니 변명할 염치도 없는 거지요.



수입산에 밀려 처치곤란 한 완전식품(?) 우유


담배뿐만 아니라 외국산에 밀린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요즘 처치 곤란하다는 ‘우유’입니다.

지난해 우유 소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국산 우유 재고량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량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공급이 많았다는 겁니다. 가격이 비싸서 안 먹으면 묶음 판매로 더 먹게 했다는 거지요. 그러 면에서 영양가 만점인 우유의 굴욕인 셈이지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수입산 우유를 더 먹었다는 겁니다. 이는 통계에서도 나타납니다. 지난해 수입산 우유 소비가 2013년의 158만7000t에 비해 9만6000t(6.0%) 늘어난 반면 국산 우유 소비는 199만5000t에서 2만9000t(1.5%) 줄어들었습니다. 이렇다보니 당연히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지요.

더군다나 우유 음해세력들도 많지요. 지난해 우유 3잔 이상 먹으면 심장병 위험 높인다는 말도 안 되는 연구결과에 우유 음해세력이 맞장구치는 바람에 완전식품 이미지도 상당히 구겼지요. 덕분에 우유보다는 견과류나 다른 영양식의 판매가 늘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한참 성장하는 아이들의 우유 소비량이 확연하게 줄었다는 겁니다. 우유 업체 한 홍보팀장은 “애들이 안 먹어요. 아무리 시장에 묶음판매 등으로 소비촉진을 해도 학교에서 먹는 불량이 예전만 못하니까 자연스럽게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답니다. 이어 “수입산이라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일부 소비층은 국산보다 외국산을 훨씬 선호하지요. 그래서 그나마 있던 소비층도 수입산으로 넘어가 더더욱 힘든 지경”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담배는 가격 장난질에 외국산이 득세하고, 우유는 영양 간식의 다양화로 소비량이 예전만 못합니다. 더구나 고급스럽고 비싸면 더 잘 팔리는 기형적 구조 때문에 그나마 있던 소비층도 수입산으로 돌아서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미 우유 담배 말고 많은 국산품들이 수입산에 밀려 빛도 제대로 못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 보루였던 국산담배마저도 외국산에 밀리고 있고, 우유는 처치곤란입니다. 수입산에 밀린 국산의 현실이 너무도 암담한데, 더 암담한 것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겁니다. 수입산이 넘쳐나는 현실, 그 누구를 원망할 시간에 대책과 복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은 그래야 합니다. 대책과 복안이 있어도 가격싸고 품질 좋은 수입산 앞에 와르르 무너지기 쉬운 게 국산품이기 때문입니다.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