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잠재력 키우는 ‘반응육아’(1)] 한 번 더 생각하고, 물러서서 기다리기

[우리 아이 잠재력 키우는 ‘반응육아’(1)] 한 번 더 생각하고, 물러서서 기다리기

기사승인 2015-02-03 07:10:57

글·김정미 한솔교육연구원 원장

장난감을 손에 쥐고 혼자 노는 아이, 이제 막 퇴근한 아빠는 온종일 떨어져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질문을 쏟아낸다. “뭐해?”“그거 뭐야?”“재미있어?”“아빠랑 블록놀이 할까?”아빠는 이 순간이 멋쩍다. 아이와 같이 놀아주고 싶은데 아이는 도통 반응하지 않아 속상하다.

정말 아이는 반응하지 않는 것일까? 그 순간에도 아이의 뇌는 활동하고 움직인다. 속으로는 하고자 하는 말을 그리며 어떤 모습을 계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 아이와 ‘함께’놀고 싶다면 아이가 무엇을 쥐고 있는지, 어떻게 노는지 유심히 바라보고 아이처럼 놀면 된다.

어른들은 아이가 모르는 것이 많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는 스스로 알아낸다. 물론 어른들은 쉬이 수긍하지 않는다. “설마요? 어떻게 가르치지 않은 걸 아이가 알 수 있죠?”아이가 바라보는 것을 함께 바라보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도록 도와줄 때 아이는 스스로 탐구하고 알아낸다.

이 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르치고 지시하는 부모가 아닌 아이의 흥미와 발달 수준에 맞춰주는 ‘반응에 능한 부모(Responsive Parent)’가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공”이라고 말하며 엄마에게 공을 던지면 “공~”하며 아이가 말한 수준으로 간단히 되받아주는 것이다. 엄마 마음은 ‘빨간 공이네. 엄마는 파란 공 던져야지’, ‘공은 동글동글, 엄마 얼굴도 동글동글’등등 공과 관련된 더 많은 정보를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겠지만 말이다.

아이가 “이거 뭐야?”라고 묻는다면 “사과야”라며 정답을 말하기 보다는 “이게 뭘까?”라고 아이가 말한 대로 되묻고 반응을 살피면서 아이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대부분의 아이는 답을 알면서도 질문을 한다. 자신보다 훨씬 똑똑한 존재인 어른에게 자신이 짐작한 답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의 경우 답에 자신이 없거나 엉뚱하다고 혼나지 않을까 두려워 쉽게 대답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럴 때 어른이 아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반응하거나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기다려준다면 아이는 스스로 통제감을 느끼며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다. 스스로 능동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방식에 맞춰 반응할수록 아이는 지지받고 있음을 느끼고 자신이 한 것에 대한 성취감과 즐거움을 얻는다. 따라서 자존감과 자기주도성이 높은 아이로 자라게 하려면 오히려 어른이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이에게 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기회도 주지 않고 질문이나 정보를 퍼붓기만 한다면 아이를 수동적으로 만들 뿐이다. 어른도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질문을 해댄다면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질 것이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기다린다기보다 어른보다 수행이 느린 아이의 방식과 수준에 맞춘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어렵다면 ‘주거니 받거니’를 기억하면 된다. 아이와 함께 시소를 탄다고 생각해 보자. 시소는 양쪽의 균형이 맞아야 오르락내리락 재미가 있다. 하지만 어른과 아이가 시소를 탄다면 균형이 깨지고 말 것이다. 아이와의 상호작용도 다르지 않다. 아이와 어른은 말이나 행동의 수준, 정보의 양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어른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야 비로소 오르락내리락 균형이 맞출 수 있다. 시소를 타듯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본 후 어른이 적절한 반응을 보일 때 아이의 자신감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학습의 시작인 ‘주의집중’은 바로 그 순간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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