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의 친환경 꼼수… 소비자 ‘봉’

가구업계의 친환경 꼼수… 소비자 ‘봉’

기사승인 2015-02-22 07:44:55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아토피를 앓고 있는 김 모(34)씨는 친환경 매트리스가 출시됐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인터넷 쇼핑을 통해 침대를 주문했다. 친환경 폼, 기능성 원단 등 건강한 소재만이 사용된 신상 제품이라는 말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 제품을 단번에 결제하고 친환경 소재로 무장된 신제품을 구매했음을 SNS에 인증했지만, ‘5년 전에 산 내 침대에도 쓰인 소재들이다. 친환경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이 맞냐’는 지인의 물음에 의문점이 생겼다. 실제로 조금만 찾아보니 신상 매트리스에 쓰였다고 적힌 소재들은 이미 예전부터 다른 매트리스에서도 쓰이고 있던 것들이었고, 친환경 인증마크는 제품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김씨는 “혁신적인 친환경 매트리스라는 말에 믿고 구매를 했지만, 새로운 것도 없고 친환경인지 믿을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매트리스 업계가 ‘친환경’을 무기로 꼼수 판매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종합가구업체 한샘이 출시한 친환경 매트리스는 MDI(폴리우레탄 제조 시 사용되는 화학 원료)폼을 사용해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량이 낮고, 기능성 원단을 사용해 쾌적한 수면 온도를 제공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에이스침대나 시몬스 등에서도 오래 전부터 사용해오고 있는 소재다. 에몬스의 ‘벨소노 포텍스’ 매트리스 또한 토퍼 분리형 구조로 관리가 편리하고 위생적임을 강조하지만, 기존 매트리스 업체들이 보유한 제품 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내가구에 사용되는 원목 자재의 등급에 있어서도 친환경 논란이 많다. 최근 이케아가 국내 가구업계보다 훨씬 엄격한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기준이 적용된 E0 등급의 자재만 쓴다는 소문이 났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E0 등급의 자재는 현대리바트 등 다수의 국내 가구업체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소재다. E0 소재를 쓴다고 해서 혁신적인 친환경 제품은 아니라는 거다. E0보다 한 등급 낮은 E1 소재도 국내 환경기준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유해하지 않다.

또 국내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친환경 인증 검사를 거쳐야 한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업체는 그랜드침대 금성침대 리바트 시몬스 알파침대 에이스침대 등이 있다. 친환경 신제품임을 내세운 한샘 까사미아 에몬스 등의 매트리스는 정식으로 환경부 인증을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친환경 제품’이라고 버젓이 광고하고 있다.

가구업계는 매트리스 업계 후발 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의 저가공세에 품질을 강조하는 친환경 키워드로 맞서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 하에 후발주자들이 너도 나도 이를 내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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