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세요] “잤냐, 안 잤냐” ‘도도맘’의 불편한 인터뷰… 대중 알 권리 어디까지?

[어떻게 생각하세요] “잤냐, 안 잤냐” ‘도도맘’의 불편한 인터뷰… 대중 알 권리 어디까지?

기사승인 2015-10-29 13:52:56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잤냐?” “안 잤다. 내 스타일 아니다.” 술자리 대화가 아닙니다. 언론 보도랍니다. 전 국회의원이자 방송인인 강용석 변호사와 불륜설로 엮인 ‘도도맘’ 김미나씨 이야기입니다. 원색적인 문장에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나는 당당하니 숨어있지 않겠다”며 좋은 의도로 얼굴을 내놨지만, 결국은 흙탕물이 됐습니다.

시작은 26일이었습니다. 여성잡지 ‘여성중앙’은 ‘도도맘’ 김미나씨와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했습니다. 김미나씨는 “사람들은 내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숨어 있다는 표현 자체가 불륜을 인정하는 것 같아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며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죠.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미스코리아 지역 대회 입상 경력도 있거니와 파워블로거로 알려진 김미나씨에게 단번에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유명 방송인인 강용석과의 불륜에 엮인 미인대회 출신 주부. 심지어 이혼 소송 중이랍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자극적인 요소를 모두 갖췄지만 김씨는 인터뷰에서 강용석 변호사에 대해 “쿨하고 매력적이지만 남자로서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불륜이 아님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 지난해 10월 강 변호사와 홍콩에서 만났다는 소문에 부인했다가 다시 맞다고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오해의 소지를 남긴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자신의 이혼에 대해서도 “원래 부부사이가 소원했고 이번을 계기로 이혼을 결심한 것”이라고 주장했죠. 왜 얼굴을 공개하고 굳이 나섰느냐는 질문에는 아이들을 내세웠습니다. 자신의 아이들이 나중에라도 자신의 불륜설을 오해할까봐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길 원했고, 그에 관한 보증으로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결심입니다.

당황스러운 것은 여성중앙의 보도 행태입니다. 여성중앙 측은 지난 3일간 김미나씨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자 인터뷰를 재생산하는 것도 모자라 취재 후기를 남겼죠. 김미나 씨를 인터뷰한 기자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아 말씀드린다”며 김씨의 빼어난 미모의 몸매를 가장 먼저 설명했습니다. 또 김미나씨가 겪었을 불안함이나 속상함에 대해서도 털어놓으며 “얼굴을 만천하에 공개하며 인터뷰를 하는 데는 보통 이상의 멘탈일 테니까” “여려보이지는 않았다”고 전했죠. 이어 김미나씨에게 “불륜의 기준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는 여성중앙 측은 김미나 씨가 강 변호사와 “안 잤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취재후기가 온라인에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덧붙여 여성중앙 측은 “궁금한 질문을 올려주시면 도도맘에게 추가 취재 후 친절하게 답해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여성중앙 11월호는 27일 온라인 서점 인터파크도서 잡지부문 판매순위 1위에 오르며 김씨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전언입니다.

불륜이 사실이든 아니든 한 일반인 여성이 자신의 신상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비판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위해 도마에 올랐다지만 던져지는 질문들은 이미 김미나씨에 대한 선입견으로 가득 찬 질문입니다.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면 자극적인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죠. 당초의 목적은 온 데 간 데 없습니다. ‘대중의 알 권리’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잤는지, 안 잤는지가 꼭 필요한 질문이었을까요.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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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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