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프로그램명이 ‘리얼극장’이라 정말 생생했어야 됐나 봅니다. 교육방송 EBS에서 배우 박상민이 전처를 폭행하던 상황을 그대로 재연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발단은 이랬습니다. 지난 10일 방송된 ‘리얼극장’에서는 박상민이 출연해 이혼 당시 심경과 6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회복 중인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박상민은 어머니의 뇌졸중 투병 당시 아내와 불화가 있었음을 고백하며 이혼 사유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그는 “어머니 때문에 이혼한 것이 아니다. 어머니가 아픈 일을 계기로 (이혼한 아내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애초에 나와 살 마음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간병인 아주머니가 ‘상민 씨 부인을 내가 한 번도 못 봤어요’라고 하더라. 세 달 동안 아내가 한 번도 안 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툼이 있었고, 어머니 병원을 옮기면서도 또 다툼이 있었다. 아내는 어머니가 병원을 옮기는 것을 알면서도 깜빡하고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죠.
그러나 상황 설명 중 흥분한 박상민은 아내의 뺨을 때리는 듯한 동작을 취했고, 이 장면은 여과 없이 전파를 탔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제작진은 해당 장면 직후 “본 프로그램 내 출연자의 이혼 관련 발언은 당사자 일방의 주장일 수 있고 EBS와 제작진의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방송 후 ‘리얼극장’ 시청자 게시판 및 포털 사이트에는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폭행 상황을 적나라하게 재연, 방송에 그대로 내보낸 것 때문이죠. 시청자들은 “보기 불편했다” “굳이 폭행을 재연했어야 했나” “충격적이었다” “때린 게 자랑?” “부인 폭행을 정당한 사유로 행한 것처럼 말한다”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부부의 일은 두 사람만이 안다’라는 말이 있죠. 신중해야 할 방송에서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반영, 결과적으로 폭력 행사자의 행동을 옹호하는 것처럼 비쳐진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EBS 관계자는 ‘리얼극장’ 논란과 관련해 “양측 입장이 모두 방송에 나갔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제작진 입장과는 무관하다’는 내용의 자막을 달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어머니와 자식의 소통여행을 통한 리얼 힐링 프로젝트’라는 주제를 내걸고 시작한 ‘리얼극장’은 2014년 12월 첫 선을 보였습니다. 큰 인기는 얻지 못했지만 조용히 방송을 이어왔죠. 하지만 프로그램은 박상민 편 한번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더군다나 올바른 가정교육을 인도해야 할 교육방송 EBS에서 가정폭력 장면을 여과 없이 방송한 것에 대해 시청자들은 더 큰 실망감을 느낀 것입니다.
대체 이 프로그램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시청률을 올리는 방법이 논란을 만드는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