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국민 드라마’로 떠오른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성동일네 큰딸 성보라(류혜영)의 흡연 장면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소위원회 심의를 받게 됐기 때문이죠.
9일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응팔’ 성보라의 흡연 장면이 방심위 소위원회 신규안건으로 상정됐다”며 “방송에서 흡연 장면이 나오는 게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됐다”고 말했습니다. 방통심의위는 담배 피우는 장면이 꼭 필요한지 생각해보라며 ‘응팔’에 권고조치를 내렸습니다. 권고는 행정지도에 해당하며 방통심의위 제재 중 가장 낮은 조치입니다.
문제가 된 해당 장면을 살펴볼까요. 스물한 살 성보라는 방에서 공부하다가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웁니다. 심지어 담배 연기로 도너츠까지 만들면서 말이죠. 방에 들어온 막내 동생 노을은 흡연 중인 누나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마흔 아홉이 된 보라는 여전히 담배를 핍니다. 동생 덕선의 집에 놀러와서는 남편에게서 영상전화가 오자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아이스크림에 비벼 끄죠. 극중 보라뿐만 아니라 열여덟 살인 최택(박보검)도 바둑 대회 전 긴장을 풀기 위해 담배를 피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극중 성보라가 대학생이기 때문에 흡연 자체가 문제될 건 없지만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전파를 타 논란이 된 것입니다.
‘응팔’ 제작진은 방통심의위 회의에 앞서 “흡연 장면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시위에 가담하고 있는 당찬 여대생인 성보라의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한 표현이었다”며 “앞으로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작진의 말처럼 흡연은 성보라 캐릭터를 설명하기 좋은 장치입니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 불던 시절 서울대 학생인 성보라는 학생운동의 선봉장이죠. 그 시절 학생운동을 펼치던 여학생들의 흡연은 일종의 유행이기도 했었습니다. 흡연 장면은 시대 고증 및 전개상 필요했던 요소라는 것이죠.
‘응팔’이 가장 낮은 행정지도 조치를 받게 됐으나 네티즌들의 의견은 분분합니다. 흡연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고 등장인물의 심리와 성격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인데 지나친 규제가 아니냐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한 살인이나 강간, 불륜, 음주는 되고 흡연은 안 되는 게 말이 되냐는 지적까지 있었습니다. 반면 가족이 함께 보는 드라마에 여과 없이 흡연 장면이 노출돼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도 있었죠.
‘응팔’의 인기와 파급력 때문에 이번 흡연 장면 논란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성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것인지, 문제가 되는 걸 알면서도 흡연 장면을 그대로 내보낸 ‘응팔’의 잘못인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