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진짜!] 엄마부대·어버이연합·효녀연합…결국 ‘희생자들’의 싸움

[아~진짜!] 엄마부대·어버이연합·효녀연합…결국 ‘희생자들’의 싸움

기사승인 2016-01-09 13:14: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이번 주 후배들에게 지시한 인터뷰를 통해 ‘극단’의 경험을 했다. 이 극적인 장면의 주연은 엄마부대 봉사단(엄마부대) 주옥순 대표와 대한민국 효녀연합(효녀연합) 홍승희씨, 조연은 어버이연합의 이름 모를 어르신들이다.

이 사회의 ‘부모’(엄마부대·어버이연합)와 ‘자식(효녀연합)’인 이들은 최근 위안부 합의 내용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부모는 이제 일본을 용서해야 한다고 하고, 자식은 그래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자식’ 세대 중에서도 일본을 용서하자는 사람들, ‘부모’ 세대 중에서도 그래선 안 된다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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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 사이에서 좀 이상한 모습이 발견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부모와 자식 간의 충돌이 발생하면 아무래도 ‘품으려는 쪽’은 부모가 되는 게 자라면서 우리가 봐온 일반적인 모습인데, 여기선 그 ‘품으려는 쪽’이 주 대표도, 어버이연합 어르신도 아닌 홍씨라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엄마부대, 어버이연합, 그리고 그들의 주장이나 행동에 대해 ‘비난’했다고 할 만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안타깝다’고만 표현했다. 그리고 홍씨는 집회 현장에서 어버이연합 어르신들을 향해 ‘미소’를 잃지 않았고,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어버이연합 어르신들은 홍씨를 향해 “너희가 전쟁을 아느냐”며 역성을 냈고, 주 대표는 효녀연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아예 ‘희생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딸이나 어머니가 이런 일(위안부, 국가의 불만족스런 협상)을 당해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인터뷰 질문에 “할 수 있었을 거다”라고 대답한 부분에선 데스킹을 보며 마시던 커피를 노트북 화면에 뿜을 뻔 했다.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 분단, 6·25전쟁이라는 고난의 세월을 거친 이후 국제사회에서 ‘한강의 기적’이라고 극찬할 만큼의 급진적 성장과 민주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정치·경제 분야의 각종 부패·비리·모럴해저드 등 악성 바이러스가 내부에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 IMF 사태라는 벼랑 끝 위기를 맞았고, 그 이후 대한민국 사회는 취업난, 경제난 등 각종 ‘난(難)’을 사실상 끊임없이 호소하면서 살고 있다.

결국 각 분야의 온전한 조화를 바탕으로 한 온전한 안정을 누려본 적이 없다. 모두 부실했거나. 어느 쪽이 좀 괜찮으면 다른 쪽에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이러다보니 위이던 아래이던 모든 세대가 힘들고, 엄마부대·어버이연합 같은 ‘폐쇄적 사례’가 오히려 더 긴 세월을 살아오고 경험이 더 많은 세대 안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들에겐 젊은 세대보다 ‘힘든 세월’ ‘힘든 경험’이 더 길고 많을 뿐이고, 사람이다 보니 그들도 지치기 때문이다. 지치다보면 ‘고요’를 깨는 다른(그것도 나이도 어린) 사람의 행위가 불안함이나 철없는 행위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고, 그걸 지켜보다 심해지면 자신의 눈에 그것을 야기하는 이들을 향한 공격심(선배세대로서의 호통 혹은 선도라고 여길 수 있다)을 품는 사람들이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젊은 세대들은 알 수 없는, 고요를 깨는 행위의 ‘부작용’을 목격한 적도 있을 것이다.

엄마부대이던, 어버이연합이던, 효녀연합이던 누군 나쁘고 누군 착하다는 ‘편 가르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결국 같은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들인 이들 모두 같은 ‘희생자’라는 얘길 하고 싶은 거다.

효녀연합은 취업난, 주거난에 신음하는 세대이고, 어버이연합은 나라 빼앗긴 시절의 모진 압박과 한민족 간 전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세대이다. 엄마부대는 대한민국이라는 살기 녹록치 않는 사회에서 아들·딸 장성시키는데 삶을 바치고(자신들은 ‘압구정 사는 대단한 엄마들’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이름 석자보다 ‘OO엄마’ 소리를 먼저 들으며 살아온 세대이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한 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지난해 4월 ‘2015 세계 행복 보고서’를 발표(우리나라 46위)했을 때, 제프리 삭스 SDSN 소장(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은 “행복을 측정하는 절대적인 잣대는 없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정부의 부패 정도가 낮고 사회 구성원끼리 너그럽고 신뢰하는 나라일수록 행복도가 높았다.”

같은 ‘희생자들’ 간의 갈등을 언제까지 봐야할까. 제프리 소장이 말한 행복의 기준인, ‘희생자들’끼리 너그럽고 신뢰하는 모습을 우리나라에선 볼 수 있을까. 그것이 현재 안 되는 책임, 앞으로 되도록 해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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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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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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