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사람에게 법은 너무 멀다”…재판정 울린 ‘이태원살인사건’ 피해자母의 절규

“돈 없는 사람에게 법은 너무 멀다”…재판정 울린 ‘이태원살인사건’ 피해자母의 절규

기사승인 2016-01-15 07:21:55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이런 말 하면 믿지 않겠지만 24년 동안 우리 중필이는 욕도 한번 안 하고 싸움도 안 하고 자란 아이입니다. 초중고 다닐 때는 상장을 다달이 타왔고 개근상 표창장 등 상이란 상은 다 받고…중필이는 꿈도 많고 앞으로 희망차게 살날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97년 4월3일 패터슨과 에드워드가 우리 중필이 인생을 망치고 꺾어놨습니다.”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고 조중필(당시 22세)씨의 어머니 이복수(74·두 번째 사진)씨의 절절한 말이 재판정을 울렸다.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1호 대법정에서 조씨 살해 혐의를 받는 피고 아서 존 패터슨(37·첫 번째 사진)에 대한 11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엔 피해자 유가족의 진술이 이뤄졌다.

이씨는 “우리 중필이 죽인 놈들이 살인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지금도 19년 전처럼 두 놈이 서로 떠넘기고 있다”며 “74일이 지나면 만 19년이다. 재판을 보는 내 가슴이 미어지고 사지가 떨린다. 이번에는 재판이 잘 될 것이라 믿는다. 범인을 밝혀 엄한 벌을 내려달라”고 절규하듯 호소했다.

친필로 작성한 편지지 뭉치를 들고 증인석으로 나온 이씨는 재판부가 “피고 앞에서 진술하는데 어려움이 없겠나”고 물어보자 “자식 위해서 뭘 못하겠습니까”라고 답하고 진술을 시작했다.

이어 이씨는 18년의 한을 토해냈다.

이씨는 “우리 가족은 화목하고 행복하게 3대가 모여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1997년 4월3일 이후로 행복이 끝이 났습니다”라며 “교통사고가 났거나 아파서 죽었어도 속상했을 텐데, 나이 어린 애들이 잔혹하게 9번이나 찔렀으니 우리 아이가 얼마나 아프게 죽었는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집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법정에 나와 눈물을 흘리고 고성을 지르며 자식들의 무죄를 주장한 피고와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에드워드 건 리(37)의 부모들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이씨는 “부모들이 먼저 생각이 났다. 어떻게 자식을 그렇게 키웠기에 술을 먹고 재미로 사람을 죽입니까?”라며 “마음 같으면 우리 중필이 죽인 것처럼 둘이 똑같이 죽이고 싶어요. 그래야 마음의 덩어리가 풀릴 것 같아요”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이씨는 “사람을 놀이 삼아 죽이고 서로 죄 안 받으려고 미루는데 우리나라 사법부는 한 사람은 1년4개월, 한 사람은 1년6개월 만에 풀어줬습니다. 우리나라 법이 이런 겁니까?”라며 “18년 전에 잘 될 것이라 믿었다. 검사님만 의지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이 되더니 98년에는 결국 한 명이 무죄로 풀려났다. 우리는 이런 법이 있나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패터슨을 살인죄로 고소장 접수하려고 갔더니 법원에서 일사부재리 들먹이며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뒤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같이 가니 받아주더라. 왜 이번에는 받아주느냐고 물어봤더니 우리가 언제 그랬냐고 잡아뗐다”라며 “우리 같이 형편없고 돈 없는 사람에게는 법이 너무 멀다”고 토로했다.

또한, 98년 11월9일 고소장을 접수했음에도 패터슨은 99년 8월23일에 출국한 것을 지적하며 “9개월 동안 검사들은 뭘 했는지 모른다. 탄원서 내기만 하면 소재 파악 중이라는 성의 없는 대답만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이씨는 4년 동안 전국 곳곳 사람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서명을 받던 기억을 떠올리며 “18년 전 재판만 잘 됐어도…, 왜 피해자가 돈 써가며 길거리 다니며 노심초사해야 합니까. 재판장님 검사님들 추운 날씨에 재판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번에는 꼭 밝혀주세요. 범인만 밝히셔서 엄한 벌을 주세요”라며 말을 끝맺었다.

이씨는 원고를 다 읽고 재판부와 검찰 측에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떠났다. 이복수씨와 함께 온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한편 피해자 변호인 측은 피고가 형사 절차상 유능한 통역인의 도움을 상시 받는 등 SOFA에 의한 특혜를 충분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통·번역 오류를 계속 얘기하고 있는 것, 과거 선행사건에서 없었던 새로운 진술이 등장하는 것, 그리고 출국 경위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고 출국해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인명 경시가 엿보이며 전혀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이므로 엄히 처벌해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지난 10일부터 4일간 집중 심리를 진행해왔다.

이번 재판은 15일 결심공판 이후 이달 말이나 내달 초 마무리 될 전망이다. jjy4791@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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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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